심장에 울림을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은 집시들에게 전해오는 선율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바이올린의 모든 연주법상의 기교가 총망라된 난곡(難曲) 중의 난곡으로 비범한 기술을 요하며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사라사테 생존 중에는 이곡을 완전히 연주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할 정도이다. 사라사테가 이 곡을 작곡한 후 여러 음악가들한테 '지옥에서 온 음악가' 라고 불릴 정도였다니 말이다.

 

위 내용은 지난 2월 22일에 한경닷컴이 주최한 오케스트라의 新바람 공연을 앞두고 ‘오직 한 길 만을’ 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쓴 칼럼의 내용이다. 이제 이 얘기는 바뀌어져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뽑은 `차세대 여성 지도자 20인`에 선정된 사라 장(Sarah Chang). 여섯 살 때 쥴리어드 음대 예비학교에 들어갔던 그녀는 대부분 14, 15세 이상의 학생들과의 연령 차이를 극복하고 청소년기의 혼란도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와 음악에의 열정으로 이겨냈다. “음악가가 되어 너무나 다행”이라고 얘기하는 그녀, 언제나 “재밌어요. 그럼요.”로 웃음 가득 얘기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생기발랄함과 활달함을 가진 그녀.

 

지난 금요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있었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The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와의 협연에서 그녀의 흐느끼는 바이올린 소리에 나는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충만함에 먹먹해지며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올라왔다. 바이올린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절제된 연주와 특유의 현란한 기교는 나의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독주악기를 했기에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예고에 들어간 후 위클리(weekly) 연주회(1년에 두 번)와 실기시험을 앞두고는 새벽에, 방과 후에 연습실을 맡느라고 혼자 동분서주했다. 학교 연습실에서도 집에서도 언제나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성악과, 관현악과 아이들의 반주나 피아노 4중주를 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나와 88개의 피아노 건반과의 치열한 싸움일 때가 더욱 많았다. 오케스트라 연습실을 지나갈 때면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그들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얘기들을 하며 웃곤 한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빈 필하모닉은 다른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총감독이나 상임지휘자가 없이 수석 지휘자나 객원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이 날 지휘를 맡은 발레리 게르기에프(Valery Gergiev)는 맨손으로 지휘하고 있었다.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은 손놀림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더불어 그의 손은 나풀나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어쩌다 ‘마술 지휘봉’을 쓴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작디작은 이쑤시개! 서정적 패시지를 풀어내는 어느 순간, 그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이쑤시개를 쥐고 지휘하다가 격정적 합주가 터지면 이쑤시개 지휘봉은 감쪽같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이기도 한다고 들었다. 사라 장은 그에 대해 얘기하기를 “이분은 비트는 상징적인 것이고 협연자의 능력에 맞춰 오케스트라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분이에요. 협연자에게는 바로 영감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요.” 라고 전한다. 그는 90분의 연주 시간 내내 단원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연주의 시작은 애국가로 앙코르 곡으로는 최영섭 작곡의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며 가을 밤 관객들의 목청을 돋우게 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첼로 솔로의 명징함과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와 더불어 할아버지의 음색에 주로 비유되곤 하는 바순의 음색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단원 간에 보이는 음질과 음량의 조화로움에서, 연주 중간 중간 바이올린 파트에서 보이는 노장들의 미소 띤 눈짓, 목관악기 파트의 주고받는 교감 속에서 이들의 능력과 함께 오랜 기간 같이해온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며 한 치의 흐트러짐과 과장된 몸짓도 없었지만 그 정확성은 날카롭다기보다는 오히려 여유에서 비롯되는 부드러움을 내포하고 있었다.

 

물론 공연 전부터 분분했던 소문들과 함께 몇 가지 아쉬웠던 점도 노출되었지만 그냥 덮어두고 싶다. 열린 공간에서 듣는 음악은 마치 야외음악당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으며 항상 듣던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과는 달리 온 몸에 감겨드는 음악들이 청명함과 함께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순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야외 콘서트가 상상되었다.

     

 

 

 

 

 

 

 

 

 

 

 



 

2주 전 비오는 맨해튼을 걷다가 건물 공사장 주변을 지나게 되었는데 한 쪽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들이 나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쥴리어드 학교(The Juilliard School)의 2006년 9월~12월까지의 공연안내와 링컨센터(미국 뉴욕의 무대예술 및 연주예술을 위한 종합예술센터)의 2006, 2007년 연주회를 안내하는 포스터였다. 참 신선하지 않은가? 링컨센터 포스터 속에서 강바람을 타고 하프의 선율이 울려나올 것만 같다.

 
오늘은 빈 필하모닉 연주회의 6번 째 곡이었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의 2악장이다. 가을의 우수어린 느낌과도 잘 어울리며 관현악의 현란함을 통해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호른의 독주와 더불어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마치 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들어서 편안한 음악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요, 국악, 팝송, 재즈 가운데 어떤 것이던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얼마나 평안을 주는지 새로운 의욕을 용솟음치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연습하듯 여러분의 감성을 그와 같이 훈련하라. 감성은 인생에 있어 고귀한 예술중의 하나이다. 

 

당신의 심장에 울림을!       

 

Tchaikovsky, Symphony No. 5 in E minor, Op 64, 2nd movement

 

 
2006년 올 해의 칼럼니스트 신인상 수상. 현재 에듀엔코칭연구소 대표, 에듀엔코칭집중력센터 원장,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한국라이프코치협회(KLCA)이사, 서울시 교육청 사이버교사, MBTI, STRONG, BASC, DiSC, 버츄프로젝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