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여사가 조카의 손을 잡고 내 앞에 왔다. 조카에게 인사를 시키자 조카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하며 머리를 숙였다.
<으응? 성은이 망극하다니?>
뜬금없다 여겼다.
방여사가 웃으며 조카의 이름이 방성은(方誠恩)이라고 했다,
성은이 고1때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방여사의 오빠)가 화재 현장에서 사고로 먼저 갔고 어머니는 성은이 대학 1학년때 간경변으로 입원한 뒤 오래지 않아 남편 뒤를 이었다. 혼자 남게 된 성은이를 방여사가 데려와 함께 살았다. 넉넉한 오사장의 처신이 느껴졌다.

 

성은이는 공부를 잘했다. 공무원이 되려는 것을 오사장이 자신의 회사로 끌어 들였다.
믿을만한 인재가 재경파트에 있어야 한다면서 오사장은 반강제로 회사의 회계파트에서 일하게 만들었다.
사연을 듣다 보니 성은이의 명이 벼락같이 궁금해졌다. 눈치 빠르게 방여사가 직접 뽑은 성은이의 명을 건넸다.

 

성은이의 명은 신미(辛未)년, 갑오(甲午)월, 신미(辛未)일, 임진(壬辰)시. 대운 2 였다.
하지 근처에서 태어난 성은은 『뜨거움』은 악마와도 같은 기운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12세 이후 병화(兵火)운 중에 아버지를 잃게 되었고 관성(官星)이 화기(火氣)이니 공무원이 안된 것은 천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공무원은 노후가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라기 보다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로서가 먼저다.
돈 많은 부잣집의 자손이 공무원, 의사, 법관, 변호사가 돼 국민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근무하면서 보람을 찾는 것이 마땅하거늘 어디 그런가?

 

<성은인 영·수는 잘했어도 이상하게 국어는 약했을 것 같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워낙 하기 싫어했고 시험 치면 유독 국어만 실수가 많았어요”
성은이는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며 “그런 것은 운명적인 건가요?”하고 물었다.
“당연하지요”하고 강박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러면서 강박사는 “앞으로 중국으로 가는 게 좋겠군요. 큰 일 할 수 있겠습니다.”하고 풀어냈다.
방여사가 『왜 그런가요』하고 물었다.
 

“뜨거운 기운은 습도가 약이기 때문입니다. 조카님의 시(時) 임진(壬辰)이 명품입니다. 커피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이 차기는 하지만 화공약품이 들어간다니까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강박사가 나를 쳐다보며 눈을 찡긋했다.
강박사가 날린 윙크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전개 될 성은의 운명, 결혼 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성은이는 계수지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 방여사에게 데려가 달라고 졸랐음이 분명했다. 강박사가 말하지 않고 넘어간 것 중에 핵심적인 사항은 『좋은 자식은 있지만 남편과는 인연이 없다』는 현상을 계수 공부를 통해 스스로 터득하라는 뜻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성은인 얼굴이 작고 예쁜 편에 속했지만 고독함이 느껴졌다.
얼굴의 균형을 깨는 광대뼈, 고집 센 형태의 입술, 목과 어깨의 간격 등에서 <상해로 가서 중국 남자와 결혼해 살지도 몰라>가 해답처럼 떠올랐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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