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파는 시대, 세상이 착해져서가 아니다?

입력 2014-02-18 16:52 수정 2015-09-25 22:39
기업은 연말연시면 기부이자 사회적 책임에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이걸 부담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 사실 상생이니 기부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말이 이제 상식이 되는 시대다. 나에게만 이로운 소비보다 이왕이면 남도 함께 이로울 수 있는 소비를 합리적이라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물건과 서비스만 팔 수 있는게 아니라 사람들의 착한 마음도 이젠 팔 수 있는 시대라는걸 기억 해야 한다. 누군가는 기부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낼 수 있는 것이다.
서스펜디드 커피가 미리내 가게로 옮겨오다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는 수백년 전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던 문화였다. 그 문화적 전통을 현대에 되살아내서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시켰다. 서스펜디드 커피는 카페에서 내가 마신 커피값만 내는게 아니라, 내가 여유가 있다면 누군가가 마실 커피값을 미리 내놓는 거다. 그러면 그 카페는 누가 대신 내놓은 커피값이 있다는 표시를 하게 되고, 지나가던 노숙자나 어려운 사람이 그걸 먹는다. 엄밀히 이건 구걸이 아니다. 노숙자건 거지건 소외계층이라고 자존심이 없는게 아니다. 최소한 먹는 것만큼은 그들이 구걸이 아닌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게 해주자는 일종의 상생이다. 카페로선 누가 미리 돈 내놓은걸 먹으러 온 정식적인 손님이 오는 거니 서비스도 정식으로 하게 되고, 노숙자도 구걸이 아닌 구매를 하게 되는 셈이다. 남과 함께 사는 상생이 문화 속에 있는 건데, 사실 우리도 옛날부터 구걸하는 거지들 배곯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어른신들이 많았다. 우리가 현대화되면서 잊어버린 이런 상생의 문화가 최근 서스펜디드 커피를 통해 다시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선 서스펜디드 라는 말 대신 미리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미리 냈다고 해서 미리내 가게 라고 하는데, 미리내는 순우리말로 은하수를 뜻하기도 한다. 널리 이롭게 퍼지는 흐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하여간 손님들이 다음 손님들을 위해 미리 서비스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고 가게는 서비스를 얻고자 하는 노숙자나 소외계층에게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서스펜디드 커피의 영향을 받은 거다. 경남 거창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까페, 빵집, 아구찜 식당, 분식점, 미용실, 목욕탕 등 업종을 가리지않고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선한 자영업자이자 소상공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경남 거창뿐만 아니라 전남 담양, 강원 원주, 부산, 경기 광명 군포에 이어 서울에 까지도 미리내 가게에 동참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계속 증가한다. 그리고 손님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소비자에게 기부를 파는 시대, 기부가 마케팅이 된다사람들이 선의로 다른 누군가를 돕는 거다. 그런데 이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흥미로운 인사이트가 있다. 사실 서스펜디드 커피건 미리내 가게건 이 방식에서 가게가 손해 보는건 없다. 공짜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고, 돈을 더 내는 건 다른 손님이다. 애초에 손님이 될 수 없던 노숙자들에게까지 커피를 팔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페는 돈을 대신 받고 커피나 음식을 중간에서 전달하는 식이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시대다. 이제 기부라는 행위를 소비자에게 상품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착한 이미지를 가지기에 유리하다. 다른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위해 돈을 내고, 그것을 중간에서 제품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중간에서 기업이 하는 거다. 기부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되거나, 마케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기부를 유도하고 관리하고 중간에서 매개할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걸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껏 기업은 자기가 번 돈 중 일부를 내놓는 것만 기부라고 여겼는데, 이젠 소비자의 기부까지 기업이 유도해서 기부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소비자에게 기부를 파는 시대가 되었다. 이걸 잘 이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마케팅의 중요한 화두가 된다.
왜 그들은 자기가 쓰지도 못할 것에 돈을 내는가?전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탐스 슈즈는 기부를 팔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탐스에선 소비자에게 신발 두켤레 값을 내게 하지만, 한 켤레만 주고 다른 한 켤레는 제3세계에 기부하는 One for One 이라는 마케팅 방식을 택했다. 놀라운 건 이 방식 때문에 탐스슈즈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이제껏 1천만 켤레 이상을 기부했다고 하는데, 그말은 그만큼의 숫자만큼 팔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가 가질 두 개를 위해 돈을 쓰는게 아니라, 내가 가지지 않고 누구에게 기부할 것에도 과감히 돈을 낼 수 있는게 요즘 소비자다. 놀라운 사실은 전세계에서 탐스 슈즈가 세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다들 착한건 아니지 않는가? 쉽고 편리한 기부를 소비자에게 주면 기업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기부를 상식으로 여기고 있기에, 이제 소비자에게 기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파느냐도 중요해진 것이다. 세상이 더 착해져서가 아니라 소비자에겐 이젠 기부와 착한 이미지가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신용사회>에 기고한 원고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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