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입력 2015-08-27 10:00 수정 2015-08-27 14:30
얼마 전에 귀여운 둘째 딸과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대사 중에서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대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군요.

문득, 직장인에게 가오(=폼)나 자존심은 무엇일까? 자존심 하나로 버틴다고 이야기하던 후배의 모습이 떠오르고, 나 역시 자존심 상하고 모욕적인 상황을 무수히 겪어 왔던 터라, 이런 비슷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의 결론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자존심이 있나요?
일 잘해서 칭찬 받으면 자존심이 서고, 욕 먹으면 자존심이 상하나요?
동료보다 먼저 승진하면 자존심이 서고, 늦게 승진하면 자존심이 상하나요?
빽이 좋아서 승진을 빨리 하면 자존심이 서는 건가요? 이순간,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자존심은 자기 자신에 관련된 문제이지, 직장 생활과 연결된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멍청한 저는 이것을 깨닫는데 10년쯤 걸렸지요.

직장은 일을 하려고 모인 곳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잘 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법이지요. 나에게 할당된 일이 나의 적성이나 스타일에 맞으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빨리 낼 수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자존심이 서는 것은 아니지요.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 내가 직장 생활에 연연해서 비굴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세월이 가면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자꾸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을 하면서 일로 보지 않고, 이것을 잘 해서 뭔가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내가 남에게 잘 보여지고 싶어서 조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을 하면서 멋(=쓸데없는 제스쳐, 과도한 장식)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직장 생활은 내 인생의 한 과정이고,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을 해서, 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지요. 일을 잘 하고, 못하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입니다. 일에 자존심이나 목숨을 걸지 말고, 남의 시선에 너무 끌려 다니지 말고, 일로써 즐기시기를 권합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게으른 내가 무언가를 하고, 능력을 기르고,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입니다. 괜히 남하고 비교하고, 쓸데없이 자존심이나 걸고 그러다가 잘못되면 의기 소침해지고.... ^^;

현재 내가 가진 능력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 옵니다.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것은 내가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재수없어서 그런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예외로 하지요.

오늘은 연구실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인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기 보다 더욱 충실한 강의가 될 수 있도록 이순간 나는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강의 자료를 만들면서 누구에게 칭찬을 받겠다거나 누구보다 낮게 하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자존심 때문에, 강의 자료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내가 만족하는 그 때까지 10권이고 20권이고 책을 읽고 생각해 보고 강의 자료를 보완할 겁니다. 나의 자존심은 게으르지 않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가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는 세월과 함께 같이 갑니다.

자존심은 나와 내 자신에 관련된 문제로 한정해야 합니다. 쓸데없이 다른 것에 자존심을 걸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치료하기도 어렵고, 극복하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자존심으로 충만한 나의 삶이 행복한 인생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조민호/중원대학교 교수, 컴퓨터공학박사
24년간 외국기업, 벤처기업, 개인사업, 국내대기업 등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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