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불공평한 인과응보

<불공평한 인과응보>

 

방여사에게 호흡에 대한 설명을 하고 수련을 시키는데 친척이 황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형님, 도욱이 위암 수술 했답니다.” 이름을 듣는 순간 눈살부터 찌푸려졌다. 「참 고약한 인간」으로 기억해 오고 있는 도욱의 위기 순간에 적합한 단어가 번쩍했다. 「인과응보」

 

<그래, 수술은 잘됐는가?> 형식적으로 물었다. 어쩌면 어쩌지 못하고 체면상 가식적으로 내뱉은 말일 수 있었다. “글쎄, 위를 거의 도려내다시피 하고 창자를 위처럼 만들었다나 봐요.” <그런가?>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남의 사정은 고려치 않고 하염없이 주절대는 친척도 문제였지만 도욱을 더는 생각하기 싫었다.

 

다만 궁금한 것은 운명상 위기를 맞은 것이냐 였다.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하늘의 노여움을 샀는지 알 수 없었다. 도욱의 명은 을미(乙未)년, 계미(癸未)월, 병술(丙戌)일, 기축(己丑)시, 대운5 였다.

 

만세력에서 찾으니 「몹쓸 놈」으로 딱지를 붙여놨다. 도욱은 초등학교 마치고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행상으로 아들을 키웠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도욱이 3세인가 4세일 때 세상을 떠났다. 일상이 싸움질이었고 친구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일찍 세상에 눈을 뜬 도욱은 생활력이 강했다. 목욕탕에서 옷과 구두를 해결했다. 목욕탕의 새 옷과 새 구두는 항상 도욱의 것이었다.

 

도욱은 경찰복을 동경했다. 아니, 동경했다기보다 두려워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초등학교 동창생 중 경찰이나 관계로 나가있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친해두었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라는 논리를 붙여 경찰, 구청, 소방서, 세무서 등의 고급 관료들 세계로 끊임없이 발을 넓혀 나갔다. 그 연결고리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튼튼해졌다. 도욱의 특기는 얼핏 친화력이 돋보이는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닭, 오리, 개 등을 잡아서 한약재와 끓여 내놓는 보양식은 천하일미였다. 천하일미를 맛 본 사람들은 체면도 잊고 「사장님」하고 달라 붙었다. 도욱은 보양식으로 일단 성공하자 카바레를 운영했다. 관료들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아가씨」들과 잠자게 해서 코를 단단히 꿰놓기도 했다. 시장에서 일수놀이까지 하면서 돈을 많이 모았다. 도욱의 삶에서 가장 신나는 때는 선거 때였다. 선거 때가 되면 돈 벌이가 잘됐고 위세도 등등해졌다.

 

도욱은 엄청나게 많은 신분증과 카드를 갖고 다녔다. 경찰청장이 발행한 청소년 선도위원증이나, 시장, 군수 등이 발행한 것을 수도 없을 만큼 갖고 다녔다. 그런 탓에 수없이 많은 교통위반을 하고도 딱지 한 번 떼는 일 없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세금은 쥐꼬리만큼 냈다. 언젠가 도욱을 만났더니 “뷔페에 가면 돈 한푼 안내고 10인분씩 먹고 온다”며 자랑했다. 그의 자랑거리는 돈 버는 것, 먹은 것, 엽색행각이었는데 불법과 연결되는 우격다짐식이 대부분이었다.

 

도욱은 죽일 놈의 짓을 한 것도 자랑하고 다녔다. 동창회에서 만난 예쁜 여자 동창생이 병원장 부인돼 거들먹대며 자신을 무시하자 「꼬셔서」 카바레 끌고 간 다음 약(최음제)먹여서는 해치우고는 촬영까지 해두었다. 도욱은 “개 같은 년이 까불고 있다.”면서 발가벗고 꿇어 앉아 비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 여자 동창생은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살해버렸다.

 

도욱처럼 여름 병술일주가 뜨거운 기운을 만나면 미치게 된다. 대체로 오미(午未)월생, 병정(丙丁) 화일주(火日主) 시(時)가 좋지 않으면 인격이 없고 삶이 기구해진다. 돈을 잘 버는 것은 미학의 세계에 속하는가? 미친 짓을 한 도욱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쇠사슬에 묶여 감금 당한 채 고통 받지 않는 것을 사람들은 어쩌면 불공평하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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