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해 건너 편  일본 중부 지역에 효고현이 위치해 있다.

효고현은 47개 광역자치 단체중 매우 특별한 곳이다. 일본 열도를 종단하려면 본섬인 '혼슈'에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지역이다.

효고현은 북쪽으로는 동해(일본명 일본해)까지 뻗어있고, 남쪽으로는 태평양을 끼고 있다.

효고현이 다른 현 보다 넓은 땅을 갖게 된 것은 1885년 탄생한 초대 내각의 이토 히로부미 총리 때문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식민지 시절 조선 총독을 지냈으며,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돼 한국인에도 그 이름이 익숙한 인물이다.효고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토 히로부미는 총리가 된뒤 인근 현의 땅을 조금씩 거둬들여 효고현을 넓혔다고 한다.

지난 주말 일본인들의 관심은 효고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도요오카시로 쏠렸다.도요오카시에는 바다와 강이 있는데다 땅 좋고 물이 맑아 옛부터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시내에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1400년의 역사를 가진 기노사키 온천도 있다.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

도요오카시에는 국내외 동물 애호가를 비롯, 환경에 관심있는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수를 끝낸 넓은 들판을 가득 메웠다.

1971년 일본에선 멸종돼 자취를 감춘 특별 천연 기념물 황새(일본명 고노토리)의 자연 방사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서 였다.

1960년대초만해도 사람과 어울려 지냈던 황새는 무분별한 농약 살포와 벌목 등으로 한두마리씩 자취를 감췄다. 결국 1971년 도요오카시를 끝으로 일본내에선 더 이상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날개를 펴면 몸 길이가 2m에 달하는 황새는 조류중에선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위치한 새다.몸집이 크기 때문에 물고기 곤충 등 먹거리가 충분하고, 환경이 깨끗하지 않으면 서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모습을 감춘지가 한참됐다.

한국 이나 일본에서 서식했던 황새는 현재 시베리아 등 아시아 전체를 합쳐  2,000마리가 안된다고 한다.

효고현과 도요오카시는 황새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자, 1965년 옛 소련 하바로프스크에서 6마리를 기증받아 사육을 시작했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황새 사육을 시작하면서 황새와 무언의 악속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야생 황새들이 다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육한 황새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 평화롭게 살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24일 실시된 황새의 자연 방사는 40년에 걸친 지역 주민의 정성의 결실이었다.

들판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사육중이던 100여마리의 황새중 가장 튼튼한 5마리의 자연 복귀 현장을 지켜봤다.

참관자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무상자의 문이 열리는 장면을 기다렸다. 마침내 황새가 문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감격스러워했다.

기자도 색다른 감흥을 느꼈다. 당초 현장을 보기전까지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돈을 들여 황새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의미가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지난 40년간 많은 노력을 했다.

일본에서 유일한 '황새마을 공원'을 만들어 황새를 키워왔다.

단순히 인공 사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황새들이 야생으로 돌아가 살 수 있게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땀을 쏟아 부었다.

먼저 도요오카시는 지역 주민에게 유기 농법을 적극 권장했다.

농약을 사용치 않고 농사를 지은 결과 들판에는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논두렁에는 손바닥만한 미꾸라지가 펄떡이고 있었다.

또 새들이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고압 철탑선은 지중으로 묻었다. 길가에 서 있는 전신주들도 시멘트에서 수십년전에 쓰여졌던 나무로 다시 바꿨다.새들이 집을 짓기 쉽기 때문이다.

도요오카시는 황새 서식을 위해 환경 개선 운동을 펼쳤지만 예기치 않은 경제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이 농약을 쓰지않은 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졌다. 가격이 일반쌀 보다 2배나 비싸지만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 각지에서도 환경 보호 성공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황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면,인간도 행복하게 살 수있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이토 도시조 효고현 지사는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야 말로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창공으로 날아간 황새는 경제개발뒤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이냐를 보여준 귀중한 현장이었다.

농촌에서까지 본격화되고 있는 일본의 환경 운동을 지켜보면서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한국은 언제 '경제적 부'를 쌓아 환경으로 눈을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2007년 3월 말까지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 도쿄특파원 근무를 마친 후 2011년 3월부터 한경닷컴 뉴스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선문대 등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양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일본 기업 재발견(중앙경제평론사)' '다시 일어나는 경제대국,일본(미래에셋연구소)' '창업으로 하류사회 탈출하기(중앙경제평론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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