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4학년 때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우연히 샀던
한국경제신문 한 장 때문에 저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 신문에 <기자모집>이란 공고를 읽어버렸기 때문이죠.
따져보면 이 신문 한 장이 저의 인생 30여년을 결정짓고 만 셈입니다.     시청역에서 신문을 산지 20년이 지난 어느 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루프트한자를 타고
 서울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 직전,
탑승구 앞에 놓인 신문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한국신문'은
이미 다 없어지고, 단지 FT(파이낸셜 타임즈)만 남아있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FT를 하나 집어 들고 제 좌석을 찾아 앉았죠.
참 이상하게도 이날은 저녁비행기인데도 잠이 오지 않았어요.
내키지 않았지만 영국의 <경제신문> FT를 끄집어내어
슬쩍 슬쩍 넘기기 시작했죠.  그때 FT의 <특집면> 하나가 발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게 <위의 사진>에 나오는 신문이죠. 
이 특집의 내용은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서플라이 체인>은 꽤 생소한 용어였는데,
처음엔 읽기 싫었지만, 시간이 많아 조금씩 읽다보니
재미가 솔솔 나데요!! 내친 김에 깡그리 다 읽어버렸죠.
그리고, 이 <신문>을 버리지도 않고, 이렇게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이후 석 달 쯤 지났을 때 저는 <경영지도사> 2차 시험을 치러갔습니다.
혹시 신문사를 정년퇴직하면 <경영컨설턴트>로 일해 볼까 하고
 응시를 했는데, 다행히 1차를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치러 간 겁니다.   2차 시험은 <논문시험>이었는데... 아하, 시험문제를 받아보니
정말 정신이 아득하데요!!
열심히 공부한 건 온데간데없고,
전혀 상상하지도 않던 문제가 나타난 겁니다.   다름 아닌 ‘<서플라이 체인>에 대해 논술하라’는 거였습니다.
“근데 <서플라이 체인>이 도대체 뭐야?”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순간, 머릿속에서 <반짝>하는 기운을 느꼈습니다.   루프트한자 비행기속에서 읽었던 FT의 <특집>이 생각난 겁니다.
무릎을 친 다음, 1시간 반 동안 저는 제 머리 속에 있는 
모든 <서플라이 체인>을 잡아당겨 냈죠. 덕분에 공인 <경영컨설턴트>시험에 합격했는데,
이게 앞으로 저의 <제2의 인생>을 책임지는 <자격증>이 된 겁니다.  저는 이 <신문 한 장> 때문에 이처럼 
또 다시 인생이 바뀌게 된 겁니다.   따져 보면 신문 한 장, 기사 한줄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람은
수없이 많습니다. 대통령, 총리, 장관, 국회의원, 검찰총장 등 다양한
직책 및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신문 한 장 때문에 인생의 운명이 달라졌죠. 근데 저의 인생을 바꿔준 FT가 최근 인터넷신문의 유료화를
선언했습니다. FT의 존 리딩 CEO는 “FT는 유료독자가 62만9000명으로
이것은 FT 125년 역사 중 최고 수준”이라며 신문 산업의 위기를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하지만,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5%는 TV로
뉴스를 보고, 21%는 인터넷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신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은 9%뿐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리딩 CEO가 신문은 더 발전할 거라고 얘기한 건 종이신문이 줄더라도
이제 신문은 <콘텐츠 산업>이 될 거란 걸 예언 한 겁니다.
  인터넷신문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거죠. 그의 얘기처럼 단순한 전달매체인 인터넷포털보다는
콘텐츠를 창출하는 신문이 재도약을 할 겁니다.  FT는 현재 라이어널 바버, 마틴 울프, 루시 캘러웨이, 패트릭 젠킨스 등
많은 콘텐츠 창출자(편집자)들을 확보하고 있죠.
이들은 앞으로도 창조적인 콘텐츠를 계속 내놓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 빌게이츠가 얘기한 <생각의 속도(The Speed of Thought)>시대는
지나고, 곧 <생각의 가치(The Value of Thought)>시대가 옵니다.  질 높은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돈을 내고> 인터넷신문을
보게 되겠죠. 이 신문을 본 사람들이 세상을 혁신하고,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남몰래 사둔 복권의 번호를 확인할 때처럼
오늘도!!  가슴 설레며 아침 신문을 열어 봅니다.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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