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자 (사진)

입력 2011-07-21 15:44 수정 2013-04-11 21:43
  그리스 아테네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점에 내리면 <피레우스>다.
 피레우스는 이미 BC 500년부터 활기를 띠어온 무역항.
이곳은 플라톤의 <국가론> 첫 페이지에 나오는 장소이기 때문에 아주 고풍스런 도시일 거라고 상상하며, 지하철역에서 내려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풍은커녕, 왁자지껄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역 바로 앞에 완전 난장판이 벌어져 있었다.
자갈치시장은 <저리 가라!>고 할 만큼 갖가지 잡상인들이 인도를 뒤덮은 채
자기물건을 사라고 외쳐댔다.

 그 시끄러움과 지저분함을 어떻게 하면 피할까를 강구하면서
시장바닥을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진땀을 흘리며 그 소란함을 막 빠져나오려는데 저 앞에 뭔가가 <확!> 눈을 부시게 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눈부신 곳을 다시 쳐다봤다. 
 그 눈부심의 주체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그리스 여인>이었다. 
 그동안 지구촌을 실타래 감 듯 돌아다녀봤지만, 그렇게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거리의 요란한 장사꾼들도 그녀가 나타나자 갑자기 고함소리를 멈추는 바람에
몇 초간 고요함이 감돌았다. 

 순간, 기자적 본능이 발동했다. 빨리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판단하고, 카메라를 찾았다.
 하지만 바지주머니 깊숙이 들어있었다.

 그걸 끄집어 내 셔터를 누르는데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에도,
 이미 그녀는 앞을 가로질러가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뒷모습만 한 컷 찍었다.
 아쉽지만 뒷모습으로도 그녀의 강렬한 초록 눈빛과 콧날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 때 사진을 제대로 찍진 못했지만, 이후부터 <고대 그리스>의 스토리를 취재하고, 이해하는데 그녀의 <치명적 아름다움>이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그녀를 본 이후엔 이 피레우스항구 건너편에 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왜 비너스와 아테나를 마다하고, 경제적- 정치적 -국가적 위험까지 무릅쓰며 <헬레네>를 선택했는지 쉽게 깨닫게 해주었다.
 
Femme Fatale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스>의 골목-골목을 찾아다녀보면, 아직도 이처럼 곳곳에서 생생히 살아 숨쉬는
<신화>를 발견하게 된다.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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