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승용차 공장이 하나 있다.
 평양에서 남포로 가는 청년영웅도로(고속도로)를 가다 보면 오른쪽 편에
 북한의 유일한 승용차공장인 평화자동차가 나타난다.  

 이 회사가 만드는 승용차의 이름은 <휘파람>과 <뻐꾸기>이다. <준마>라는 대형차도 만든다.
그러나 이들 차량을 평양외곽에서 구경하기란 가뭄에 콩 나듯하다.

 수해로 곳곳에 구멍 난 청년영웅도로를 달리다보면 한참 지나야 도로 저 끝에서
승용차 1대가 나타날 따름이다.

  이 고속도로를 벗어나 용강군의 한 마을을 지날 때였다.
무려 4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뭔가를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는 것인가?”

  너무나 궁금해서 그들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 들여다봤다.
한 떼의 주민들이 몰두하고 있는 물건은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마을에 새 자전거 한대가 들어오자 온 마을 사람들이 그것을 구경하는데 정신이 빠져있는 거였다. 

  ‘자전거 한 대를 놓고 온 마을 사람들이 이토록 흥분을 하다니’ 라며 시큰둥하게 돌아서다 갑자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그야말로 신통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맞아!!! ...지금 북한주민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로구나!”

  지금같은 상황에서 북한을 진정으로 지원하고 싶다면 다름 아닌
<자전거>를 보내줘야 하겠구나라는 판단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이 자전거 사건을 보고 난 뒤에야  ‘왜 북한의 들판엔 저렇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그 해답이 금방 풀렸다.

 승용차나 버스가 없기 때문에, 있다하더라도 이들 자동차를 움직일 기름이 없기 때문에
 모두 걸어 다니는 것이었다. 건강의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걸어다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참 전의 일이지만 남한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북한의 농촌을 돕기 위해 경운기 수십대를 무상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측은 이 제안을 여지없이 묵살했다. “보내줘도 받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때 그 자치단체장은 황당해했다. 공짜로 농기계를 보내겠다는데 받지 않다니...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지자체장이야말로 북한의 사정을 너무나 몰랐던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경운기를 받아봤자 기름이 없어 운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한에선 1600CC짜리 <휘파람>을 사기도 어렵지만,
이를 타고 다니려면 정말 휘발유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평양에 가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됐다.

  때문에 지금 북한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전거>인 것이다. 
  이제 진정으로 북한주민들을 위한다면 <자전거>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일 것으로 판단된다.    

          rhee@hankyung.com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