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등돌린 1조달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역에서 담라크거리로 내려가다 왼쪽으로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 갑자기 환락가가 나타난다. 이곳엔 포르노숍 스트립쇼장 섹스박물관 등이 1km 이상 이어진다. 어두컴컴한 거리 옆 윈도우에는 형형색색의 여인들이 다리를 확 벌린 채 의자에 앉아 있거나 거의 완전 나체로 서서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이 어두컴컴한 환락가를 지나 렘브란트하우스가 있는 동쪽으로 20m만 가면 별안간 중국인 식당들이 환하게 나타난다. 이곳엔 화교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왁자지껄 담소를 나눈다. 바로 옆 20m 뒷골목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이처럼 요즘들어 전세계의 화상(華商)들은 환락가 조차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국 본토에서 이주해온 화교들이다. 특히 올들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교들은 자기 살 곳을 찾아 이동한 뒤 이처럼 환락가나 슬럼가를 침투해들어가기 시작했다.


 보다 살기 좋은 나라, 좋은 투자 환경 등을 찾아 길을 나섰다. 현재 전 세계의 화교는 공식적으로 6000만명 정도다. 비공식적으론 거의 1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화교수는 공식적으로 비교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수보다 훨씬 많다.

이들 화교는 이주지역에 가서 음식 관련 사업을 비롯 부동산개발 호텔 전력 통신 철강 도소매 등 사업을 주로 전개한다. 현재 전 세계 화교가 가진 유동자산은 약 2조달러.특히 이 중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화교들이 가진 유동자산도 1조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문에 이들이 어느 곳으로 이주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선 오히려 화상들이 전 세계로 대거 이탈했는데 다른 지역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대형 아케이드 앞에서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파는 리훙칭 씨(23)는 영어로 필자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대뜸 유창한 한국말로 “구경 많이 했어요”라고 물었다.

서울에서 12세까지 살았다는 그는 한국 출신 화교 중에 밀라노에 사는 사람들이 200명 정도 된다고 얘기했다. 그는 “현재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화교는 한국 거주자를 제외하고서도 약 7만명이 전 세계에 퍼져 있다”면서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화교를 얼마나 <무시>해왔는지를 전 세계가 잘 알고 있다”며 핀잔을 주었다.


 중국 인근지역 가운데 가장 화교들이 많이 몰려든 곳은 일본의 요코하마다.

요코하마시 야마시타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이미 140년 전부터 형성됐으나 그동안은 세력이 미미했다. 필자가 요코하마에 있는 일본 중소기업재단에 근무하던 2000년초만해도 해도 이곳의 중국요리점과 중국물품점은 300여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 이곳을 가보면 상하이의 한 지역을 방문한 듯하다. 이미 상가수는 1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요코하마 중국상인 조직인 중화가발전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을 찾아온 쇼핑고객은 <18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 자본이 몰리는 곳에는 이처럼 고객들도 몰린다. 1조달러에 이르는 화교자본이 한국을 등진 채 일본과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조선족 중국인들만 몰리는 나라가 아니라 1조달러를 가진 중국자본가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할 때다.       rhee@hankyung.com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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