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구하기

입력 2004-07-14 10:32 수정 2004-07-14 10:32


--아니, 이런 곳에 저런 대단한 미인이!!!

중앙아시아 우즈벡의 타시켄트에 있는 한적한 벼룩시장을 걷다가 지난 30년간 지구촌을 돌아봤던 중 가장 잘생긴 여인을 발견했다.



반짝이는 갈색피부--오똑한 콧날--젖은 초록색 눈동자-- 터질 것 같은 늘씬한 청바지 차림의 그녀는 맨땅에 약 5백여점의 골동품들을 깔아놓은 가게 앞에서 목걸이를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골동품에 미쳐 사는 필자로서 그 미인이 아니더라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리 없었다. 그녀는 순은으로 된 정교한 천칭 목걸이를 들고 만지작거리다가 러시아인 여자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봤다. 그 값은 한국돈으로 3만원정도였다.



타시켄트에서 3만원이면 한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탓인지 아쉬운 표정으로 계속 만지작거리기만 했다.그때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였다.





그녀는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 저였다. 심장(양심)의 무게가 깃털보다 가벼워야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목걸이를 한참 들여다보던 그녀는 자기 심장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한 탓인지 슬그머니 목걸이를 내려놓고는 벽걸이 장식품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으으악!!--저건 또 뭐야!!!!

그녀가 들춰내는 벽걸이 가운데 하나가 밝은 빛을 내는 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맞아--저건 잖아!!



이집트의 파라오 아켄아톤의 아내로 지금까지 세계 역사상 가장 미인으로 꼽히는 네페르티티의 흉상벽걸이가 지금 타시켄트의 미인 손에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아아아, 제발!!@#$- 그 벽걸이만은 선택하지 마라--그건 내꺼다!!!

순간-- 무지하게 긴장이 됐지만 골동품 흥정에는 어느 정도 도가 튼 터라 이를 악물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 벽걸이는 이 실크로드의 어느 도시--아마 샤마르칸트--에서 한 예술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방식의 작품이었다. 철판을 프레스로 눌러 원형 바닥을 만든 뒤 네페르티티의 얼굴은 순동판으로,왕관은 황동판으로,장식물은 주석으로 만들어 부착했는데 모든 공정을 단순한 공구로 두들기거나 긁어내 만든 거였다.



카이로 박물관에서 본 네페르티티의 흉상처럼 오래된 것은 아니었지만 예술성만큼은 극치였다. 타시켄트의 미인은 자기얼굴을 닮은 네페르티티를 한참 쳐다보더니 도로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필자는 그 벽걸이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아까 그 목걸이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한데-어??--어디로 갔지?--눈 깜짝 할 사이 타시켄트의 미인이 사라져버렸다.



그럼에도--눈 깜짝 하지 않고--며 주인과 5분간을 논쟁을 벌이다 3만원에 샀다. 일어서서 그 가게를 떠나려는 척하다 말고 목걸이를 비싸게 샀으니까 저 벽걸이 하나는 그냥 끼워달라고 우겼다.



그러자 주인은 귀찮다는 듯 "3천원(한국돈 기준)만 내라"고 했다.그래도 계속 투덜대며 3천원을 꺼내주곤 무심히 그 자리를 떴다.마지막 문제는 그 벽걸이가 타시켄트 공항 세관에서 걸리지나 않을까 몹시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그 은 지금 맑은 구리빛 얼굴을 반짝이며 우리집 거실 벽에 잘 걸려 있다.



란 고대 이집트어로 라는 뜻이다.



아-그래, 그렇지!!----네페르티티!!!!

rhee@hankyung.com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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