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다짜고짜 ^홀딱^ 벗더니.

이스탄불 구시가 언덕에 있는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다가 <진짜> 기절할 뻔했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눈 시리게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다니–우리가 사는 지구촌에 이런 색다른 광경이 존재할 줄이야.

창밖 왼쪽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잘라놓은 보스포러스 바다가 진녹빛으로 반짝이고, 오른쪽 곶엔 회교사원들이 그려내는 주술적인 스카이라인. 그 중간엔 에게해로 빠져나가면서 흰줄을 그어대는 -똑딱배-통통배-돛배-기타 등등.

그 흰줄들을 따라가다– 아참! 그렇지!라며 오늘 하루 <휴일>인 걸 인식해냈다.
<맞아, 휴육섬으로 가기로 했지>
근데..어? 아니!! 벌써 일곱시반이라구??–섬으로 가는 배편이 8시랬는데–세수를 하는둥 마는둥–청바지-티셔츠-운동화-선글래스-OK–튀자!!
구시가지 고색창연한 골목길을 잽싸게 돌며 에미노뉴 선창까지 겁나게 달렸다.

그러나 선창가에 도착하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휴육섬으로 가는 커다란 여객선이 겨우 1백미터 눈앞에서 부웅 부우웅 떠나는 중이었다. 아-아–<갑자기 열받는 아침>–이제 어떻하지?–

 에라-그래!!–이 <선창>에서 노래나 한곡 뽑고 갈라타다리에서 낚시질이나 하자.<짠짜-짜잔잔∼우울려고 내가 왔던가-우슬려고∼와떤가-비린내^나는 부둣가에∼이슬마즌 백일홍∼>

<바로-그때였다> 어디선가 홀연히 흑갈색의 건장한 사나이가 불쑥 앞에 나타났다–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헤이 쓰미마센 코니치와–배를 놓쳤구나(그는 일어와 독일어를 섞어서 말했다) 

 — 내게 배가 한대 있는데 그걸 타고가자
 ~~얼마면 되냐

–2백불 내라
~~난 그런돈 없다 딴데 가서 알아봐라

–1백50불로 깎아주께
~~싫다 백불이라면 몰라도-.

–좋다. 핸섬해서 봐준다. 백불에 그냥 가자.

백불짜리 요트가 <백만불 짜리>요트일줄이야–20여명이 탈수 있는 새하얀 요트를 혼자서 타게 되다니–
어쨌든 오늘 하루 난 <백만장자>다!!!!–호화요트에 올라 마르마라해를 보는 순간 또 한번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쪽빛 하늘과 잉크빛 바다가 서로 껴안은 밀착감 때문.

구리빛 요트맨이 올리브유 병을 하나 집어주더니 내 하얀 팔뚝을 쿡 쑤시며 2층으로 올라보라고 했다. 2층은 벽도 천장도 없는 개끗한 바닥의 <SUN ROOM>이었다.거기에 들어서자 올리브유를 바른 뒤  벌렁 누워버렸다—
나의 <스트립 쇼>의 관객은 오직 <태양> 뿐이었다.

휴육섬에 도착하자 여기가 과연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곳일까란 느낌부터 받았다–나무로 지은 낡은 유럽풍 가옥–게으르게 걸어가는 강아지–환히 들여다 보이는 바닷속–장난치는 고기떼–근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 섬은 흔히 얘기하는 <관광객 유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이 섬은 관광객을 위한 별도 시설은 단한가지도 없었다.

첫째-명승고적이 하나도 없다.
둘째-승용차가 단 1대도 없다.
셋째-숙박시설이 없다.
넷째-관광안내소도 없다.

그럼에도 관광객은 끊임없이 찾아온다–관광객이야 찾아오든 말든 그들은 아름다운 해안길을 방울 딸랑이는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기들만의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해간다.자동차라곤 한대도 없는 바로 그런 <한가로움>이 최고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선창가 나무그늘아래 있는 맥주집에서 시원하게 한잔들이키다
심심해서 옆에 앉아있는 젊은 독일인 <남녀>를 유혹했다–

<내가 호화요트를 대절해놨는데 같이 타고 가자>–두 남녀는 요트에 올라타자마자
그 화려함에 겁나게 괴성을 질러대다가–

 2층 선룸에 올라서자 마자 <홀라당> 벗더니–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마르마라해의 진한 노랑햇살이 두 사람의 탄탄한 몸뚱아리 위에 내내 일렁였다.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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