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중소기업 사장의 철창속 ^눈물^

 지난 일요일 아침 원주구치소에서 면회신청서를 내고 한 2분쯤 지났을까.교도관이 3번 면회실로 들어가라고 안내했다.면회실에 들어서자 창살너머로 삼진기계의 방종오사장이 나타났다.갈색 재소자복을 입은 그는 수감될 때보다 수척해 보였다.

 그러나 자세만큼은 여전히 차분했다.하지만 그의 차분한 자세가 '사업얘기'를 꺼내자 울분을 터뜨리고 말았다."기업을 살려보려고 밤낮없이 죽도록 일한 결과가 바로 이런 겁니까?"라고 가슴을 치더니 눈물을 주룩 흘렸다.
 
 필자가 방종오 사장을 처음 만난 건 10년전이다.91년 11월 독일 뒤셀도르프 유리기계박람회에서다.이 박람회에 함께 참가했던 대부분의 사장들은 하루정도 전시기계를 살펴본 뒤 라인강 관광에 나섰으나 기술자출신인 방사장은 3박4일간 오직 독일제 유리천공기 앞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서울에 돌아온 그는 신혼기간인데도 밤늦도록 유리천공기 개발에 매달렸다.덕분에 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리천공기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벤처기업의 사장이 됐다.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할 때 도쿄로 찾아왔길래 정보를 제공해줬더니 그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카마코와 BSC등에 가공기계를 납품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계밖에 모르는 방사장이 어떻게 철창속에 갇히는 신세가 됐을까.그것도 다름아닌 특가법 사기죄로 기소됐을까.공소장을 보면 그가 사기죄로 걸려든 것은 기술신보를 통해 당초부터 갚을 의사가 없으면서 보증서를 떼 갔다는 것이다.

 사실 방사장이 기술신보를 통해 시설자금을 빌린 이후 한번 만난 일이 있다.그때 그는 커다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독감에 걸렸느냐고 묻자 그는 일주일전 횡성농공단지에 있는 자기공장에서 강화로를 개발하느라 새벽까지 일하다 톱니바퀴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얼굴이 찢겨져서 그런다고 했다.

 애초부터 돈을 떼먹을 사람이 새 기계를 개발하느라 얼굴까지 찢겨나갔을까.그의 부인은 결혼이후 아직까지 가족끼리 놀러 한번 못가보고 회사월급으로 살림살이 하나 제대로 장만해보지 못한 것이 더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면회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방사장의 장모님을 만났다.그의 장모는 구치소앞에는 매일이다시피 오지만 아직 직접 면회는 단한번도 못해봤다고 금새 눈물을 훔친다.

사위가 상처를 받을까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너무나 성실했던 한 중소기업인이 당하고 있는 깝깝한 현실앞에 필자도 맺힌 눈물을 닦지 못했다.*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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