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초섹스 박물관

일본의 어느 고을 축제날이다. 이날은 이 고을에 사는 어떤 여자든, 또 어떤 남자든 장터에 모여 누구와든 관계를 가져도 좋다. 딱 하루뿐이다. 그것도 밤이 아니라 낮 정오부터다.

장소도 집안이 아니라 장터에서다. 축제날이면 고을의 남자는 남자들대로 발가벗은 채 동쪽 장터에 모여 낮12시가 되길 기다린다. 여자들은 서쪽 장터에서 치마만 걸친 채 남정네 쪽을 건너다 보기 위해 기와집 기둥을 타고 오르거나 담넘어로 발가벗은 남자들을 구경하려고 애를 쓴다.

드디어 정오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그 담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상상에 맡긴다.

그렇지만 이 다음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베를린에 있는 초(Zoo) 섹스박물관에 가면 약 5m길이의 두루마리 일본 그림에 그 축제날 일어나는 일들이 생생하고 과장되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요즘 나오는 어떤 포르노보다도 더 선정적이다. 이런과정이 몇시간을 이어지다가 해가 서쪽에 지기 시작하면 장터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식은땀을 닦으며 옷을 챙겨 입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왔던 길을 *총총히* 되돌아간다.

다음날 해가 뜨면 어제 일어났던 일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절대 얘기할 수 없다. 목이 날아가니까. 다만 2년뒤의 축제날을 기다릴 뿐이다.

초 섹스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는 남자 여자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이 그림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독일 사람들은 이곳에 보통 남자끼리 여자끼리 오지 않는다. 남녀가 함께 와서 구경하고…..
*총총히* 되돌아간다.

베를린 초역(바로 옆에 동물원이 있어서 Zoo역이라고 한다)인근에 있는 이 박물관은 4층으로 된 큰 빌딩이다.이 박물관을 구경하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서 한층씩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것이 좋다. 연대별로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고색창연한 섹스도구만 전시해놓는 곳이 아니다. 피카소의 춘화에서부터 최첨단 포르노까지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물론 컴퓨터 인터넷 비디오 대형화면등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짧은 치마를 치켜올린 채 엉덩이를 내민 실물인형은 실제 사람보다 더 유혹적이다. 여성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이 박물관의 장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성스러워지고 싶어한다.그런데 이 성은 두가지로 나뉜다.하나는 성(性)스러워지려하고 다른 하나는 성(聖)스러워지려한다.

알고보면 이 두가지의 뿌리는 하나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그렇게 말했다.성스러워지려면 性욕구인 리비도가 이성의 억압을 받지 않고 聖욕구인 슈퍼에고로 승화돼야 한다라고.

피카소나 로댕의 춘화를 보고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창녀였던 막달라 마리아야말로 성을 성으로 승화시킨 가장 성스러운 성자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성을 억압하거나 피하지 말고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란해지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보통 지난 10년간 가장 급속히 성장한 산업은 인터넷을 포함한 IT분야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산업은 섹스관련 산업이라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경제정책` 어느곳에서도, `경제신문` 어느곳에서도 섹스관련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다룬 걸 보지 못했다. 사회환경은 대쉬하고 있는데 사회제도는 쉬쉬한다.

이런 환경에선 음성적인 포르노산업이 갈수록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골짜기를 헤매는 젊은이들을 더 이상 수치스럽게 하지 말자. 적어도 동물원옆에 섹스박물관은 하나 짓자.
rhee@hankyung.com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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