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리비에라호텔 입구 옆 벽면엔 여러명의 발가벗은 여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조각상이 사람키와 같은 높이에 붙어있다. 황동으로 만든 이 조각은 파르스름하게 녹이 슬어있지만 엉덩이 부문만큼은 반질반질하다.

남자들이 지나다니면서 그 부분을 슬쩍 만지고 지나다녀서다.최근 이 호텔에 2번에 걸쳐6일간을 묵었는데 이 등신대 조각의 엉덩이를 만지는 사람들이 꼭 남자만은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여자들도 지나가면서 그 엉덩이를 탁 치거나 엉덩이와 엉덩이 사이를 슬그머니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푸아, 이게 어찌된 영문이지? 호기심인가. 아니면 동성연애자들인가.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뒤로 미루고 이 조각을 여기에 붙여둔 연유부터 알아보자. 이 조각상의 이름은 `크레이지 걸스`다. 한국말로 옮기면 미친 여자들 쯤 될거다.

크레이지 걸스란 바로 이 호텔에서 저녁마다 열리는 스트립 쇼의 이름. 얼마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퓨터 박람회(COMDEX) 기간중 이 박람회에 참가한 벤처기업인 3명을 꾀어 이 쇼를 구경갔다.

정말 이 쇼엔 호텔입구 벽면에 붙어있는 그런 여자들이 나와서 거의 스트립으로 춤을 췄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함께 구경온 3명의 벤처인들이 어느 정도 흥미있게 보는지를 곁눈질로 살펴봤다.

이런 세상에!. 세사람 모두 꾸벅 꾸벅 조는 게 아닌가.
낮에 박람회의 일이 버거운 탓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면 스트립이 마음에 차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이 리비에라 호텔이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큰길 이름이 스트립(The Strip)이다. 이 거리에는 새로 지은 웅장한 호텔에서는 저녁마다 거창한 스트립쇼가 열린다. 그러나 3명의 벤처인들조차 졸지 않을 만큼 화끈한 스트립쇼는 구시가인 다운타운지역에 있다.

다음날은 현지인에게 물어물어 진한 스트립쇼를 한다는 곳을 3군데나 돌아다녔다.그중에서도 가장 진한 곳이 `올림픽`이라는 곳. 

라스베이거스란 누구에게나 도박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도시는 이제 국제회의의 도시이자 최고의 전시회 도시로 발전했다. 지금도 호화로운 호텔과 쇼핑몰이 곳곳에서 지어진다.20만명이던 상주인구가 20년만에 1백20만명으로 늘어났다.네바다 사막에 버려진 땅에 세워진 이 마을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이런 저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감히 결론부터 먼저 내리자면 바로 더 스트립 즉 개방(開放) 덕분인 것이다.
개방이 없는 곳엔 경제도 없다. 폐쇄 규제 제한이 있는 곳엔 경제는 결코 없다.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선 유아젖병을 통관하는데만 19가지의 서류가 필요한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본 일이 있다.

요즘 한국의 벤처가 가라앉는 이유는 알고 보면 규제 때문이다. 다시 한국에서 벤처가 붐을 일으키려면 규제일변도인 상법부터 바꿔야 한다. 촉진법이 규제법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아참, 점잖은 사람이 왜 갑자기 스트립쇼 얘기냐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칼럼에선 금기에 대해 과감히 옷을 벗어던지고 진솔하게 경제의 이면을 들춰내 보고 싶다.

폐쇄 규제 제한이 없는 뒷골목 얘기를 매주 펼치겠다. 그래야 크레이지 걸스 조각의 엉덩이처럼 반질반질하게 빛나지 않을까. 거듭 강조하지만 파랗게 녹슨 곳엔 경제도 없다.

rhee@hankyung.com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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