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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대박난 이유?

2014년 7월 30일 개봉한 영화 ‘명량’이 연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개봉 후 보름이 지난 816일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 영화로 우뚝 섰다.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아바타’의 아성은 5년 만에 무너졌다. ‘명량’은 또 1024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과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개봉 4일째인 지난 8월 2일 하루 동안 122만 관객을 동원해 ‘트랜스포머3’가 보유한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95만 6500명)을 갈아치웠다. 하루 동안 100만명이 넘는 관객이 한 영화를 관람한 건 ‘명량’이 처음이다. 역사적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역사 속 배경으로 들어가보자. 선조는 41년간 왕위를 재위하면서 조선 역사상 가장 무능한 왕이었다. 이순신의 영웅적인 모습이 대비될 때마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이 비추어지던지 선조 29년에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수되자 이순신을 작정하고 파직한다. 빈틈을 노린 원균이 이순신의 자리를 대신했고 그는 결국 칠천량에서 일본군의 기습에 말려들어 조선 수군의 군사들은 거의 전멸하고 만다.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거론된 이순신은 그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하여 다시 일본군을 공포에 몰아넣고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일본군에 대항에 승리를 거둔다.

선조는 이순신을 버렸지만 이순신은 선조를 버리지 않았다. 아니 조선을 버리지 않았다. 왕에 대한 배신과 분노가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조선과 국민을 생각하며 결국 그는 나라를 버리지 않았다.

변혁의 시대에는 이러한 인재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파격이 따르기 마련이다.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그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열린사고와 원대한 식견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고통과 혼란에 빠진 것도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과 원대한 식견이 풍부한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기원전 4세기에 제나라 왕족의 후예로 재상을 역임한 맹상군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초나라의 춘신군, 조나라의 평원군, 위나라의 신롱군과 함께 전국시대 사공자 중 하나로 명성이 자자했다. 맹상군은 설薛땅이라는 봉지를 기반으로 천하의 문인과 협객을 무려 3,000명씩이나 초청했으니 당연히 세상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맹상군은 자기만의 독특한 인재 대우 방식이 있었다. 그는 사람을 잘 골라 적재적소에 쓰고 현자를 우대하기로 유명했는데, 식객을 우대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름을 듣고 몰려드는 식객이 평소에는 1,000여 명이 넘었고, 심지어는 망명객까지 그의 울타리 밑으로 찾아들었다. 

식객이 3,000명이나 되었지만 맹상군은 결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대우했다. 맹상군은 이렇게 식객을 대우하면서 반드시 자기와 같은 식으로 보답할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승승장구하던 맹상군이 제나라 왕의 의심을 사 벼슬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이순신이 선조의 의심을 사 삼도수군통제사에 쫓게나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식객들은 하나둘 슬거머니 맹상군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식객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믿었던 맹상군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이 풍환馮驩이라는 식객이 남아 제나라 왕의 의심을 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켜주어 맹상군을 복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천명에 이르는 식객들 중에서 풍환은 전혀 눈에 띄지 않던 인물이었다. 자신을 몰라준다며 긴 칼을 붙들고 계속 투정 섞인 노래를 불렀던 풍환, 그런 풍환이 못마땅했지만 마지못해 좋은 밥과 수레를 내주었던 맹상군이었다. 

사기에 풍환은 맹상군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살아 있는 것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사물의 필연적인 이치입니다. 부귀할 때는 선비가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천하면 떠납니다. 이는 본래부터 일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맹상군께서는 아침에 시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이른 아침에는 어깨를 부비며 서로 저 먼저 가겠다고 다투어 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해가 저문 뒤에는 팔을 휘휘 저으며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갑니다. 아침에는 좋았는데 저녁에는 싫어서가 아닙니다. 기대하는 물건이 거기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맹상군께서 벼슬을 잃었기 때문에 식객들이 다 떠난 것입니다. 이를 원망하여 빈객이 돌아오려는 길을 막아서는 안됩니다. 빈객들을 전처럼 대우하십시요.”

가히 권력을 넘어선 철학적 사상이 아닐 수 없다.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의 토대 위에서 성립하지만 그것만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권력과 자리 그리고 금전이라는 이해관계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유인 요소이긴 해도 그것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붙잡아둘 수는 없다는 의미다.

고통과 혼란에서도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과 원대한 식견이 풍부한 이순신, ‘기대하는 물건이 거기에 없어도 남아있는’ 풍환의 말처럼 인간관계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이해했을 때 진정한 군자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영화 ‘명량’이 대박난 이유?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by.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ijeong13@naver.com) / www.vcm.or.kr 
      정인호 블로그 http://blog.naver.com/ijeong13/22009470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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