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은 퇴근을 하면서 부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강변북로를 차로 달렸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몰려오는 피곤함과 나른함을 쫒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가수 최백호 씨의 구수한 입담으로 진행하는 ‘최백호의 낭만시대’가 흘러나왔습니다. 한 청취자가 들려준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라면>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순간적으로 ‘쉰 라면’이라 생각을 했으나 정답은 ‘더 라면’ 이라고 합니다.

 

 ‘더 라면’은 ‘더러운’ 이라는 말에서 줄여서 ‘더’ 만 따 온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라면’은 명사가 아니라 ‘ ~ 더라면’ 으로 접속 또는 연결의 용도로 쓰이는 접속사입니다. 흔히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에는 늘 ‘당신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 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주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대책 없이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왕창 망하고 나서 “그때 내가 그 결심만 하지 않았더라면” 라고 뼈저리게 후회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일뿐입니다.

 

 지난 주말에 발생한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 착륙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중국 절친 두 소녀의 짧은 삶이 인터넷에 소개 되면서 14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국 NTSB에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없지만 참으로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착륙유도장치가 제대로 작동이 되었더라면 조종석에서 경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조종사가 조금만 빨리 재상승을 시도했더라면 등의 아쉬움은 필자 혼자만이 아닐 것 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대형사고 일수록 아쉬움의 강도는 훨씬 더 클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여승무원의 침착한 대응과 눈물겨운 헌신으로 승객 마지막 한 명까지 대피를 시켜 대형 참사를 막아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 더라면’은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평생을 후회 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 에서 암벽등반 중 팀 동료의 실수로 3명도 지탱하지 못하는 딸 ‘애니’의 자일에 5명이 매달리게 됩니다. 결국 대원 두 사람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아버지 ‘로이스’는 켐 하나로 3명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기에 아들 ‘피터’에게 나이프를 주고 자일을 자르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밧줄을 자르고 같이 살아난 동생 ‘애니’는 그때 아버지를 죽게 했다고 오빠 ‘피터’를 평생 원망하고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은퇴시공에서도 ‘ ~ 더라면’ 을 줄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다시 끓일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깨닭아야 합니다. 사소한 작은 행복, 평범한 일상, 작은 것의 아름다움 등 주변에 맛있는 메뉴가 많은데 우리는 찾지를 못하는 건 아닌지요. 편견, 이기심, 탐욕, 착각, 그리고 불신감을 버리는 것 또한 ‘ ~ 더라면’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계몽주의자 장 자크루소는 “20대는 여인에, 30대는 쾌락에, 40대는 야심에, 50대는 탐욕에 조심하라.” 고 하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강충구20130718

 
국내 1호 은퇴시공 전문가로 30년간 대형 건설회사 토목부분에서 잔뼈가 자란 이 분야 베테랑 건설인이다.
그동안 VE(Value Engneering)상, 건설기술인상, 대통령표창, 건설교통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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