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미래에 대한 책들이 참 많이 출간이 되고 있습니다. 요르겐 랜더스가 쓴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에서는 상당히 비관적인 미래 진단을 내 놓고 있기도 합니다. 다음 달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는 공룡부처라는 언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미래와 창조에 역점을 두는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거대 부서를 탄생시킨다고 합니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면서 갑작스런 사고, 예기치 못했던 죽음 등에 무서워하고 힘들어 합니다. 어떤 이는 현재를 버려두고 과거와 미래에 메 달리는 삶은 공허(空虛)하다고 하지만 소리 없이 다가오는 미래를 무방비, 무대책으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 인생현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약 23년 전 으로 거슬러 가서 필자는 충청도 지역에서 군 탄약고 공사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편한 마음으로 군 헬기장 기초콘크리트 약 200㎥ 정도를 타설 끝 무렵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건설현장 20~30년 베테랑들이 주위에 있었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찰나의 엄청난 폭우로 애써 타설한 콘크리트는 그동안에 공들인 <노력. 돈. 공기(工期)>를 허무하게 쓸고 내려갔습니다. 허탈감과 미리 예측 못한 자책감에 동료가 주는 우산도 우의도 마다하고 거의 30분간에 걸쳐 엄청난 폭우를 맨몸으로 맞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천막을 준비했더라면, 지금처럼 기상청에 슈퍼컴퓨터가 있어서 예보를 했더라면 그런 허탈감은 없었을 것입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도 건설현장에 바뀌지 않는 룰(Rule)이 있으니 <새벽출근> 공식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필자는 여느 때처럼 새벽 현장 도착을 위해 경북 김천의 어느 가파른 고개를 운전하던 중 언덕을 넘어 내리막에 엄청난 빙판을 만났습니다. 혹시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빙판에서 핸들이 돌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입니다. 20m 낭떠러지에 이리저리 굴러 타이어 네 바퀴는 찢어지고 유리창은 모두 박살이 나는 대형 사고에 그나마 안전벨트 덕분에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그 절벽을 처참하게 기어올라 왔습니다. 구조하러 온 렉카 기사분이 살아있는(?) 필자를 보고 놀란 표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겨울용 스노타이어를 장착했더라면, 아니면 거기 지형지물을 미리 파악했었더라면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늘 보는 하수관이나 상수도 공사를 하면 땅속에 뭍혀 있는 시설물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도시 지하에는 상수, 하수관과 각종 전기, 통신선로 및 가스관이 거미줄처럼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가끔 건설공사 중에 대형 상수관이나 가스관을 건드려 매스컴을 시끄럽게 한 것을 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에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포크 레인으로 하수관 공사를 하던 중 한전의 광케이블을 절단한 대형 사고를 저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수 천 만원에 달하는 금전배상은 물론이고 발주처와 민원인에게 용서를 빌러 숱하게 다녀야 했습니다. 사전에 미리 삽으로 확인을 하든지 요즈음처럼 GPS가 있었더라면 정확한 위치추적을 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참으로 많이 남습니다.

 

 간혹 혹자(或者)는 <어제도 내일도 없고 오직 오늘만 있을 뿐>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에 충실하자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지 씨는 “내일은 믿지 않고 오늘 하루, 똑 같은 일과를 되풀이 하면서도 조금 발전했다고 느끼면 만족 한다.” 합니다. 필자도 오늘이 중요하고 오늘이 없으면 내일이 텅 빈다는데 얘기에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어제 그리고 오늘을 열심히 살았던 은퇴자들은 이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를 해야 합니다. 미래는 도둑처럼 오며 예고하지 않는 채 스스로를 감추며 쥐도 새도 모르게 느닷없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미래에 번번이 당하고 더구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무방비하거나 속수무책이다 보니 갈수록 미래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정진홍의 소프트 파워에서 발췌)
 

 특히 은퇴 예정자건 이미 은퇴를 한 사람이건 꼭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철저한 대비책입니다. 은퇴라는 단어를 영어로 표현하면 <Retire>가 됩니다. 이것을 액면 그대로 표현하면 은퇴란 타이어를 바꿔 끼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일반타이어>를 끼고 달려온 인생에서 이제 닥쳐올 빙판길을 위해 미리 <스노타이어>로 갈아 끼우는 일입니다. 빙판길에서 <일반타이어>가 약발이 받을지 <스노타이어>가 약발이 받을지 고민하는 건 바보 같은 일입니다. 은퇴시공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공은 결코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당신이 작정하고 나서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수백 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이여! 당신이 지금 당장 시공할 게 하나 있습니다. <일반타이어>를 빼고 <스노타이어>를 장착하는 일입니다. 빙판에선 반듯이 <스노타이어>입니다. 모르면 배우시기 바랍니다. ⓒ강충구 20130129

 

 
국내 1호 은퇴시공 전문가로 30년간 대형 건설회사 토목부분에서 잔뼈가 자란 이 분야 베테랑 건설인이다.
그동안 VE(Value Engneering)상, 건설기술인상, 대통령표창, 건설교통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