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돌이켜 보면 참 안타까운 사연들이 가끔 회상이 됩니다. 타인의 일상을 들먹여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랜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가끔 생각나는 어느 부부 얘기입니다. 주인공은 25년 전 에 필자가 근무했던 하수처리장 현장 <함바 식당>을 운영했던 부부입니다. 주인아주머니는 딸 하나를 둔 30대 중반의 아주머니로 참 똑 소리 나게 생기신 분이였습니다. 식당 수입으로 그런대로 먹고 살만 하고 남편 분은 눈이 큰 미남자였습니다.

 

 <함바>라는 말은 건설현장 식당의 일본식 용어입니다. 건설현장 중 특히 토목현장은 주로 산간이나 오지(奧地)에 있는 관계로 현장에는 <함바>가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건설노가다들의 숱한 애환이 서린 곳 입니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새벽 4시경이면 아침준비를 하고 거친 사람들 상대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곳이기도 합니다. 3년 전 쯤 한 브로커의 <함바> 알선 비리 사건으로 경찰 및 정부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실을 기억하신 분들도 계실 것 입니다.

 

 서울 한강이 참 아름답고 깨끗한 이유는 미관이 수려(秀麗)한 교량들과 한강 상류지역의 하수처리장과 하수관로(管路) 건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수처리장 공사 시 특히 기존 처리장 개량공사 현장은 지독한 < ˟ 냄새> 로 현장 근무자들에게는 보통 곤욕이 아닙니다. 그 당시 친구들이 저를 많이 놀리곤 했습니다. “친구야, 거기 도로 지나다가 ˟ 냄새 나는 데가 네 현장 맞지? ” 또한 하수처리장은 주변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는 주범(主犯)이기도 했습니다. 혐오시설이란 티를 벗으려고 하수처리장을 수질복원센터라고 부르더니 최근에는 물 사랑 공원이라는 산뜻한 이름으로 개명(改名)을 하며 이미지 변신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사연인 즉 이러 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그 때 선을 보니까 꽤 잘생겼고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 남자라 쉽사리 결혼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 현장 직원에게도 참 잘해주던 좋은 사람 이였는데 단 한 가지 늘 <허영과 한탕주의>에 젖어서 사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새벽 잠 설치며 힘들게 모아놓은 <함바> 식대는 경마장 도박과 노름으로 매번 한순간에 날리곤 했다합니다. 아둥바둥 모아 놓으면 한 방에 날리는 버릇 때문에 죽어라 고생만 하고 늘 빈곤한 생활이 몇 년째 계속 반복이 된다고 한탄을 했습니다.
 

 그 당시 그 부부가 다소나마 젊었을 때라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퇴 연령대에 그런 상황 이였다면 그 가정은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은퇴 시공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허영과 한탕주의>는 파멸과 불행이 기다릴 뿐입니다. 몇 년 후에 그 부부는 다행이(?) 헤어지고 그 아주머니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소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한번밖에 살지 않는 인생! 이 소중한 인생의 공공의 적은 바로 <한탕주의> 입니다. 허영과 탐욕을 버리고 <한탕주의> 는 아예 꿈도 꾸지도 말고 희망찬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시작하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인생에서 <한탕주의>를 삭제하시기 바랍니다. ⓒ강충구 20130116

 
국내 1호 은퇴시공 전문가로 30년간 대형 건설회사 토목부분에서 잔뼈가 자란 이 분야 베테랑 건설인이다.
그동안 VE(Value Engneering)상, 건설기술인상, 대통령표창, 건설교통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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