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께서 발언한 LTV와 DTI 규제완화에 대한 내용이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두 규제를 완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주지하시다시피, LTV(주택담보대출비율)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집값의 몇 퍼센트이상은 빌려주지 말라는 규제이며,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총소득에 대비해서 갚을 수 있을 비율이상은 빌려주지 말라는 규제입니다.

 

즉 이 비율이 빡빡하면 빡빡할수록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니 주택매매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따라서 이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게 규제완화의 골자인데요.

 

즉 대출을 많이 받도록 해서 주택매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마당에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빚을 더 내어보자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난감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찬반 양론에 설왕설래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정작 금융권에서는 대출규제 완화가 부동산시장에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완화된 조건으로 대출하다가는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빡빡한 조건의 대출을 여전히 고수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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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상황을 보니 몇 년 전의 미국사례가 떠오릅니다.

 

1920년대 말 미국의 대공황이 터지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1933년에 미국은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agal Act)」이란 것을 제정합니다.

 

즉 서민들로부터 예금을 받는 은행(상업은행)은 그 돈으로 대출만 하지 투자는 하지 말 것이며, 투자를 하려는 은행(투자은행)은 서민들로부터 예금을 받지 말도록 하는 법이었습니다. 위험한 투자가 망가져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예금을 한 서민들이 떠안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었죠. 이때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나누어지게 됩니다.

 

서민들 자산의 안전을 우선시했던 이 법은 그러나 1999년 11월에 폐지되고 맙니다. 시티은행을 필두로 한 월스트리트의 거대 상업은행들이 엄청난 로비를 했기 때문이죠.

 

이때부터 서민들에게 예금을 받는 상업은행도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이를 「그램-리치-블라일리 법(Gramm-Leach-Bliley Act)」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10년이 되지 않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집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글래스-스티걸 법의 폐지로 고삐가 풀린 거대 상업은행들의 무책임한 영업이 위기를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지할 당시에도 반대여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 활성화와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과도한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는 논리가 엄청난 로비를 등에 업고 득세를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그 동안 과도한 규제 운운하며 규제를 철폐했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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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규제 완화나 철폐는 필요하겠죠.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규제까지 시장활성화와 경쟁력 향상의 미명하에 완화 또는 철폐해선 안될 것이라 봅니다.

 

따라서 LTV와 DTI의 완화도 이를 실행하기 전에 불필요한 규제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규제인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죠.

 

얼마 전 저의 칼럼의 애독자 분이 올리신 댓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탐욕에 눈이 멀어 올려놓은 집값. 그리고 이제는 과도한 빚만 남기고 덜컥 물려버린 애물단지. 그 폭탄을 우리세대 20대, 30대들에게 떠 넘기려고 계속 빚을 내라고 현혹시키지만, 정작 우리 세대들이 얼마나 여기에 협조해 줄까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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