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도 낮은데, 집을 왜 안 사나?

입력 2014-06-15 22:10 수정 2014-08-06 18:22



 

 

 

 

 

‘집을 왜 안 사나?’

 

인터넷에서 어느 칼럼(*)을 보니, 요즘 은행 사람들을 만나면 위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대출금리가 낮은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주택 구입의 적기인데 비싼 전세 살면서 왜 집을 사지는 않느냐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실제로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대출금리가 엄청 낮아졌습니다. KB경영연구소의 「6월 KB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2014년 4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69%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집을 사기 위해서 대출을 일부(또는 상당부분) 끼고 삽니다. 따라서 대출금리는 주택매매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06년경만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후반에서 5%대까지 갔는데도 사람들은 돈을 빌려 집을 샀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과거 국공채 수준의 금리인데도 사람들은 집을 사지 않습니다.

 

금리뿐만이 아닙니다. 잘 알다시피 전세값의 변동도 주택매매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칩니다. 어차피 보금자리는 있어야 하고 전세값이 높으면 사람들은 집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세값의 상승세는 여전히 그칠 줄을 모릅니다. 2014년 5월도 전세값 상승세가 이어져 벌써 63개월째 계속해서 오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주택매매시장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오히려 낮아진 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오른 전세금을 커버할지언정 집은 선뜻 사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인터넷 칼럼의 이야기대로

 

‘요즘 사람들은 왜 집을 사지 않을까? 차라리 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집 사서 레버리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지 말이야.’

 

이런 의문이 들만도 합니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보더라도 이 의문은 쉽게 풀립니다.

 

 

♠ 고정자산 구입에는 금융비용뿐만 아니라 유동성도 중요

 

대출을 받아 집과 같은 고정자산을 구입할 때, 금융비용(대출이자 등)만 고려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고정자산을 구입할 때 유동성도 고려를 합니다.

 

금융에서 ‘유동성(Liquidity)’이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손해를 덜 보고 돈(현금)으로 바꿀 수 있느냐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아주 빠른 시간에, 그 가격을 손해보지 않고 돈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은 바로 현금입니다. 이미 돈이니 바꾸고 말고를 따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보통예금도 유동성이 높은 자산입니다. 요즘은 인터넷 뱅킹까지 되니 접속하는 몇십초만 기다리면 돈으로 바뀌어 송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고정자산인 주택은 다릅니다. 돈으로 잘 안 바뀝니다. 또한 급하게 팔아서 돈으로 바꾸려면 그만큼 급매를 내놓아야 하고 그럼 팔리더라도 십중팔구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유동성의 개념이 주택매매시장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금융비용(금리)만 낮다고 사람들이 돈을 빌려 선뜻 집을 사지 않는 것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거나, 대출만기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집은 팔리지 않아 유동성이 묶이는 케이스를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 특히나 유동성에 민감한 시기이다

 

시장이 항상 유동성에 민감한 것은 아닙니다. 즉, 사람들이 고정자산(주택)을 구입할 때 항상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수입이 꾸준히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면, 아울러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란 믿음이 확고하다면 사람들은 유동성에 민감하지 않게 됩니다.

 

즉, 집을 구입하기 위해 목돈이 쓰이고 대출까지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급여나 다른 수입으로 미래에 발생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의 급여가 제대로 들어올 것인가에 대해 불안하거나 다른 수입이 발생할 여지도 거의 없을 거라고 판단한다면 사람들은 유동성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아무리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낮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선뜻 집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일단 구입한 집은 자신이 원할 때 손쉽게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경우도 집을 사게 될 것입니다. – 물론, 위의 이유로 사람들이 집을 안 사니 사람들은 집이 안 팔릴 거라 믿게 되겠죠.)

 

따라서 금리가 낮은 데 왜 집을 사지 않느냐고 은행 사람들이 말했다면… 이는 그 사람들이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유동성이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지를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다른 의도(담보대출상품을 팔기 위한 영업적 접근)가 있지 않을까 – 그럴 리는 없을 거라 믿고 싶지만 –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 어느 칼럼: [취재X파일]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헤럴드뉴스 신소연 기자, 2014.6.15일자)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김영란법 시행 1주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현행 유지해야 1523명 66%
  •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현실에 맞게 금액 수정해야 796명 3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