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데 이 참에 빚을 내어 집을 살까 고민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친구 역시 턱없이 오르는 전세값 때문에 전세만기가 6개월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4.2.3일자 국민일보의 「부동산 규제완화 힘받나… 집값 5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기사를 보면, 매매가격 상승이 작년 9월부터 5개월째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전국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했더니 2014년 1월 매매가격이 전달인 2013년 12월에

비해 0.24% 상승했다는 거죠. 지역별로는 대구가 1.20%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서울도 0.23%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에선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과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를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보도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제야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2014.2.6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주택시장 살아났다고? 거래는 왜 줄었지?」라는 기사를 보면 그와는 사뭇 다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서울의 아파트거래량이 급감했다는 것입니다.

2014년 1월 거래량은 4758가구로, 전달인 2013년

12월의 6531가구에 비해 27%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최근의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2013년 10월(7471가구), 11월(6573가구), 12월(6531가구), 2014년 1월(4758가구)로 계속적인 감소추세로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

발표를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 주택매매가격 ↑ vs. 서울 아파트거래량 ↓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올해 1월이 지난달인 2013년 12월에 비해 0.23% 상승을

했는데 서울의 아파트거래량을 기준으로 볼 때는 오히려 27%나 급감을 했다면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의 입장에선 이 숫자를 둘 다 제시해야 옳다고 봅니다.

 

그럼 기사를 읽는 사람입장에서 매매가격이 오른 것과 거래량이 줄어든 것 중 어느 것이 최근의 주택시장의 향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지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 서민들은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또한

현장을 발로 뛰며 발 품을 팔아 주택시장 동향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가진 우리 서민들 대부분이 또한 주택의 실수요자 대상군입니다.

 

따라서 올 한해 광란의 전세값 상승을 피해 다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 집을 마련해볼까 생각하는 서민들은

전문기관의 통계치 발표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부동산 시장동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사실을 다양한 각도로 보도하지 않고 ‘만약에’, ‘혹시라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방적인 보도를 한다면 전 재산을

걸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선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택시장 살아난다 vs. 주택시장 더욱더 침체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언론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쉽게 기사화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시각과 사실을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서민들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단편적인 기사 한 두 개에 현혹되어 불안해하거나 기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가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소 발 품을 팔더라도 보다 신중하고 꼼꼼하게 알아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턱없이 오르는 전세값에 지쳐있는 사람이

절반, 엄청난 대출을 끼고 산 집의 가격이 떨어져 조마조마하고 있는 사람이 절반인 게 우리의 현실이라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반은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고 있고 사람들의 반은 집값이 오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건 연말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누가 받기를 바라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자신의 재산과 미래의 생존이 달려 있는 바람입니다. 그런 첨예한 상황이 바로 갑오년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미국 테이퍼링, 신흥국 금융위기, 중국경제 향방, 일본 엔저정책, 국내

가계부채 1천조원 등등… 대내외적 경제환경도 변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얼마나 많이 고민해야 할지 새삼 알게 될 것입니다.

 

아 참! 저는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불안한 시대에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겠냐고, 집을 사고 안

사고, 집값이 오르고 안 오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빚을 내어 집을 사면 그걸 다 갚을 수 있겠냐고

말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사지 말라고 했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