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소비① : 카푸어와 빚 권하는 사회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같은 각종 신조어도 모자라서 ‘카푸어(Car Poor)’란 말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돈은 없으나 외제차는 몰고 싶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원금유예할부’라는 금융상품이 출시되었는데 이게 결국은 카푸어를 양산시키고 있다는 거죠.

 

‘원금유예할부’란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고 외제차를 구매할 당시에는 차값의 일부인 30% 정도를 지불하고 차를 삽니다. 그 후 차값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원금과 이자를 할부금으로 냅니다. 이렇게 3년이 지나고 난 후, 차값의 60%에 해당하는 나머지 잔액을 한꺼번에 지불하면 그 차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는 겁니다. 말이 좋아서 금융상품이지 결국 빚을 내어 외제차를 사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금융상품을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이자까지 내면서 복잡한 방법으로 외제차를 사느니 그냥 일시불을 지급하고 사면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 금융상품은 돈은 없지만 외제차를 타고 싶은 젊은 층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정작 3년이 지나서 외제차 가격의 60%를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60%를 갚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3년이 지난 외제차의 중고가격은 신차대비 53%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차를 중고차 시장에 팔고도 아직 갚을 금액이 남는 거죠. 결국 빚을 다 갚지 못했으니 차는 경매로 넘어갑니다. 그야말로 카푸어가 양산되는 상황이죠.

 

“빚 권하는 사회”

 

우리는 예전에 비해 분명 잘 삽니다. 이제 먹고 살만해졌습니다. 2013년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무려 2만4천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합니다. 전쟁이 막 끝난 50년대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이쯤 되니 부자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갑부들도 수십 명이 됩니다. 이렇게 살만해지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 붙는 것이 과소비 생활입니다. 처음에는 부자가 시작을 합니다. 자기가 부자라는 걸 과시하려면 아무래도 강남의 고급 빌라에 살며, 명품 핸드백을 들고, 외제차를 몰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소비행태는 일반 서민들에게도 전염이 됩니다. 나도 그들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서민들에게도 퍼져나가는 거죠.

 

하지만 서민들에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들에겐 이러한 과소비를 할 ‘돈’이 없다는 것이죠. 가지고 싶은 고가의 물품을 막무가내로 훔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그럴 때 누군가 손을 내밉니다. 빚을 내서 소비를 하라고 부추깁니다. 은행이니 캐피탈이니 시도 때도 없이 돈을 쓰라고 마케팅을 합니다. 심지어 케이블 TV를 보면 무슨 환상적인 축복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선남선녀들이 나와 빚을 내라고 선전을 해댑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소비가 과소비인지조차 모르고 빚을 내어 욕망을 채웁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변명을 합니다. 이건 과소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문화생활이라고, 이건 과소비가 아니라 자녀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하지만 빚을 내어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고 그것을 자력으로 갚을 수 없다면 그 구매행위는 분명 ‘과소비’인 것입니다. 설령 남들에겐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자신에겐 과소비인 것입니다.

 

21세기, 자본주의를 제대로 한다는 좀 살만한 나라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골치거리가 바로 이러한 ‘빚’ 문제입니다. 아마도 신이 세상을 망하게 만든다면 물이나 불로써 세상을 망하게 하지 않고 ‘부채(빚)’로 세상을 망하게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만 가구를 조사했더니 가구당 평균 부채가 5,818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작년 대비 자산이 0.7% 늘어날 때 부채는 6.8%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빚을 권하는 사회에 대해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생활 면에서 근절하겠다는 4대악 만큼이나 ‘빚 권하는 사회’도 근절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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