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 환율전쟁과 테이퍼링(tapering)

입력 2013-11-17 19:08 수정 2013-11-17 19:19

“환율전쟁 – 돈을 풀어 자국의 돈 가치를 떨어뜨림”

“테이퍼링 –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것”

 

전세계가 자국의 ‘돈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쟁에 돌입한 듯 합니다.

모름지기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수출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자국의 돈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다시 말해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동일한 물건의 가격을 자국 화폐로 표시할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달러로 환산할 때는 그 가격이 더 내려가게 되므로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얼마 전 유럽중앙은행(ECB)이 그 효시(嚆矢)를 쏘아 올렸습니다. 지난 11월 7일자로 ECB가 전격적으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것이 바로 그것이죠. 유로존 기준금리 사상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금리를 인하하면 아무래도 금융기관으로 예금을 하기 보다는 시중으로 돈이 풀리게 되므로 자국의 돈 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입니다.

 

체코 중앙은행 또한 자국 통화인 ‘코루나’의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11년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하루 사이 유로화 대비 코루나 가치가 4.4%나 급락하여 1999년 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뉴질랜드의 경우도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어 자국 통화의 추가적인 가치상승을 막기로 했습니다. 호주 정부도 비록 구두발표이긴 하나, 호주달러가 불편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상황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내세워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제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가 되었고요. 우리나라의 고환율 정책 역시 그 관록(?)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서도 1달러 당 1,050원에 육박하는 환율하락을 바라보며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등의 통화정책을 써서 원화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상황입니다.

 

급기야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자국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심지어 미국 재무부의 “반기 통화보고서”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정부를 콕 찍어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한 미국 역시 자국 통화인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재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채권을 사들이게 되면 시장에 채권매매 자금이 풀리게 되고 이렇게 시장에 풀린 달러로 인해 달러 가치가 떨어지게 되겠죠.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국 ‘돈 가치’의 하락 전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 전부터 하느니 마느니 하며 세계 경제를 술렁거리게 만들었던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정책(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정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과연 실행에 옮겨지기나 할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거시적인 관점으로 경제를 본다면, 이쯤에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내실을 다질 때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당장에 미국의 테이퍼링 정책이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어차피 21세기 경제 구조의 특징은 오르막길을 올라가야만 하는 외발 자전거와 같아 보입니다. 계속해서 속도를 올리지 않으면 쓰러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우리의 욕망과 이기심이 강력히 작용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과연 언제까지 속도를 올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야만 하는지, 과연 세계 경제가 이를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그리고 정말 지금이 미국의 테이퍼링 정책의 약발이 먹힐 수 있는 마지막 상황은 아닐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국이 돈 가치를 떨어뜨리기에 급급해 하는 이 새로운 전쟁의 서막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l  테이퍼링(Tapering) : Taper+ing. Taper란 ‘폭이 점점 가늘어 지다’라는 뜻의 영어. 즉, 테이퍼링은 시장에 넓게 뿌려져 있는 달러를 점점 줄여나간다는 의미로 양적완화 축소정책이란 의미로 쓰임

l  효시(嚆矢) : ‘우는 화살’이란 뜻. 예전에 전쟁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쏘아 올리면 소리가 나는 ‘우는 화살’을 쏘았음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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