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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그 불안한 삶 – 톱니효과(ratchet effect)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의하면 프로야구 원년(元年)인 1982년에 대한민국의 전 국민은 그 무시무시한 ‘프로’의 세계에 접어들었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무진장 노력한 삶’을 살아야 겨우 ‘남들 사는 만큼 사는 거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할 수 있다는 ‘중산층’의 개념도 이때부터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러한 ‘중산층’이 저의 주위에 수두룩하게 깔려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속해 있는 그룹은 아마도 ‘중산층’인 듯싶습니다. 저에게 중산층이라 하면, 서울 및 수도권 신도시에 사는 40대 중후반으로 결혼을 해서 아이들 2명 정도를 키우고,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 다니며 급여로 한 달에 600백만원 정도를 받는 가장(家長)을 말합니다.

 

‘우와! 이 정도면 엄청난 수입’이라며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에계계, 이것 밖에 안돼’라며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겠죠. 어쨌든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중산층은 그 정도 수준인 듯 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중산층의 정의는 저의 순전히 주관적인 기준이며 중산층의 경제학적 정의니 뭐니 하는 것은 이 글에서 그리 심각한 주제는 아닐 것 같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소비’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의 주제는 한 달에 600만원 상당의 수입이 있는 이들의 소비행태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들 ‘중산층’(이른바 저의 주관적 정의에 의한 중산층)은 결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도 않고 풍요롭지도 못하다는 겁니다. 무려 한 달에 600만원 수준의 수입이 생기는 이들이 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이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이 평균 1천만원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1년에 1천만원 수준이 아니라, 한 달에 말이죠. 그러니 굳이 주판을 튕겨보지 않아도 계산은 곧바로 나옵니다. 아울러 지출액의 대부분이 주거관련 비용(대출금 또는 월세)과 자녀들의 사교육비로 나간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물론, 이러한 숫자 역시 어떤 구체적인 통계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저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러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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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이 가장 풍족하고 여유로울 때의 소비수준에 맞추어 생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현재 상황이 어렵게 되었더라도 그래서 전체적으로 지출을 줄이겠다고 결심하더라도 결국 큰 틀에서는 자신의 화려했을 때의 소비수준을 최소한의 이상적 소비수준으로 삼고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기가 나빠지고 소득이 줄어 들더라도 한번 늘어난 소비수준을 줄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톱니효과’ 또는 ‘래칫효과(ratchet effect)’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J. S. 듀젠베리에 의해 정식화된 이론입니다. 물론, 그의 상대소득 가설에 따르면 경기후퇴로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소비가 같은 속도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가 경기후퇴를 억제하는 일종의 톱니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ratchet은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가게 되어 있는 톱니바퀴를 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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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의문 아닌 의문을 제기 할 수 있습니다.

 

줄어든 소득에 비해 줄어들지 않는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각 소비주체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바로 ‘빚’을 내는 것입니다. 이게 제일 손쉬운 방법이니까요?

 

원래 가난한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빚’을 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 달에 6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생기는 이른바 ‘중산층’이 소비행태를 줄일 수 없어서 ‘빚’을 낸다는 것은 결코 건강한 경제구조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불안합니다. 이 시대 중산층은 그래서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매달 엄청난 소비를 해야 하는 그들의 어깨 위에는 빚이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자산을 축적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자산(자본)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참한 노후를 맞이한다는 것과 동의어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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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방법은 딱 두 가지 입니다. “급여를 올리든지, 소비를 줄이든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소비를 줄이는 게 더 현실적일 겁니다. 급여는 자신이 원한다고 올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집도 줄여서 이사를 가고, 자녀들 해외 유학도 중단시키고, 학원도 보내지 않으면 됩니다. 그럼 다음 달부터 들어오는 급여를 상당부분 모을 수 있고 이것으로 빚도 갚고 자산도 축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 가장들 중에 과연 누가 당장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행할 수 있겠습니까? 감히 누가 말이죠.

 

그래서 더욱더 불안하고 답답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그 결과가 따르는 법. 언젠가 자신의 급여가 끊어지는 그 날이 오면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몇몇 현명한 사람들,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린 몇몇 사람들만 제외하고 말이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제발 그 현명한 사람 중의 한 명이길, 그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 중의 한 명이길 바랍니다.

 

“불행히도 중산층은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장구인 자산(資産)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부족하지 않는 생활을 누려왔지만 그 돈의 공급사슬이 끊어져 버리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마치 ‘신세기 에반게리온’(註: 전투병기인 에반게리온을 조종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에바(EVA)와 같은 신세이다. 동력선이 끊어지면 자가 발전을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고철 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 중산층의 자화상이다.”

저의 아주 오래된 졸서 「상류인생 하류인생」 중에서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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