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형BW, 15년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13-07-21 12:36 수정 2013-07-21 22:21


BW(Bonds with Warrant, 신주인수권부사채)와

CB(Convertible Bonds, 전환사채)는 ‘박쥐’와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박쥐는 그 생김새가 들짐승 같지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짐승의 특성을 가진 동물이죠. BW와 CB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김새는 채권과 같습니다. 그냥 정해진 이자와 원금만을 받는 Fixed Income 상품이듯 하죠. 하지만 그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주식으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투자자는 주가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BW와 CB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주식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죠.

CB는 채권이 주식으로 직접 바뀝니다. 즉, 채권이 사라지면서 주식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BW는 다릅니다. 애초에 채권 위에다 ‘주식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었던’ 겁니다. 이 권리란 돈만 추가로 더 내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리 정해진 수량의 주식을 받아올 수 있는 것으로 이를 신주인수권 즉, 워런트(warrant)라고 한답니다. 결과적으로 워런트를 사용해서 주식을 받더라도 기존의 채권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이때, 의문점이 들 수도 있겠군요. ‘그럼 주가가 오를 것 같더라도 투자자가 여분의 돈이 없으면 워런트로 주식을 바꿀 수 없느냐?’는 것이죠. 맞습니다. 정해진 가격에 정해진 수량을 받아올 때 추가적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제길! 말년에 또 돈이 들다니!’ 차라리 CB가 더 낫지 않을까 고민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회사는 좀더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꿀 때쯤 되면 회사에서 BW 채권을 투자자에게 갚아줍니다. 그럼 투자자는 그 돈을 받아서 워런트를 행사하고 주식을 받는 것이죠.

 

따라서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꾸기를 원할 경우, CB는 채권이 자동적으로 주식으로 바뀌게 되어 채권은 없어지고 주식이 생기고, BW는 채권을 상환해서 그 돈으로 주식을 받게 되므로 결국 채권은 없어지고 주식이 생기고… 과정은 조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채권이 없어지고 주식이 생긴다는 점에서 BW와 CB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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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CB는 주식으로 변신하는 기능이 일체형인 반면, BW는 주식으로 변신하는 기능이 별책부록처럼 분리되어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별책부록 같은 성격이므로 따로 떼어 내어 제3자에게도 팔 수가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워런트를 따로 떼어낼 수 있는 BW를 ‘분리형 BW’라고 부른답니다.

 

이러한 BW의 특성이 잘 반영된 ‘분리형BW’가 우리나라에서도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 1999년 1월부터입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회사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CB보다 유리한 특성을 가진 BW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이것을 허용을 한 것이죠.

 

‘분리형BW’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를 채권에서 떼어내 제3자에게 팔 수가 있다는 기능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금리로 발행이 가능했고, 특히나 향후에 실적이 좋아질 회사의 경우 ‘분리형BW’가 자금조달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더군다나 주가 폭락기에 발행된 ‘분리형BW’는 다시 주가가 회복하면서 투자자에게도 큰 수익을 안겨 주었습니다. 채권이야 정해진 수익만 얻을 수 있지만, 따로 떼어 팔 수 있는 워런트는 회사의 주가가 다시 상승하면 굳이 주식으로 바꾸지 않더라도 워런트 자체로만 프리미엄이 붙어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팔 수가 있었기 때문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아차가 발행한 ‘분리형BW’가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당시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기아차 주가상승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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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3년 8월부터 ‘분리형BW’ 발행이 금지가 됩니다. 회사 대주주가 편법으로 자녀들에게 지분을 상속하는 데 ‘분리형BW’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제3자에게 따로 팔 수 있는 워런트를 다름 아닌 바로 대주주들의 자녀들에게 사도록 한다는 거죠. 이들은 워런트를 보유하고 있다가 필요한 경우 주식으로 바꾸어 대를 이어 대주주가 되는 것이죠.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가 성장해 과거 ‘분리형BW’ 발행 때보다 주가가 상승한 상태라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으니 일거 양득이 되는 셈이죠.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당연히 이런 폐해를 막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의 편법 지분상속 방법이 이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감독을 엄격히 해서 이런 행위만 잡아내면 되지 ‘분리형BW’ 발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좀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1999년에 금융당국이 발행을 허용하면서 내세웠듯이 ‘분리형BW’가 미래 성장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의 자금조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8월부터 금지되는 ‘분리형BW’ 발행에 대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여하튼 적어도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분리형BW’가 15년간의 영욕의 세월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향후 필요에 따라서 다시금 부활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당분간 신규로 발행되는 ‘분리형BW’는 볼 수가 없을 겁니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했던 건지 아니면 현 시점에서 적절했던 건지는 시간이 말해 주겠죠.

 

다만 1999년 이래 좋은 취지에서 허용되었던 ‘분리형BW’ 발행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편법 상속 등으로 악용되어 사회 문제를 일으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금지된 제도를 어떻게든 악용해서 또 다른 기형적인 편법이 성행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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