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맥킨지에서 발간한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 공식」이라는 보고서는 2013년 이른바 한국 중산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 중산층의 태반인 55%가 적자인생을 살고 있다는 겁니다. 비록 대출원금 상환액까지 가계지출에 포함시킬 경우의 수치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대출금 상환을 포함하지 않은 매월 실제 지출액 기준으로만 본다고 하더라도 중산층의 24.5%가 적자인생을 살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적자 인생의 가장 큰 원인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집값’과 ‘교육비’라고 할 수 있겠죠.

 

 

● 집값

 

한국 주택가격은 연소득 대비 7.7배라고 합니다. 이는 호주와 영국 6.1배, 미국 3.5배보다 높죠. 물론, 부동산 침체기라고는 하지만 집값은 그 동안 너무 많이 올랐고 가계 소득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으니 중산층이 느끼는 집값은 여전히 높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가계자산에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74%에 육박하며 엄청난 숫자의 주택담보대출 또한 그다지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히 적자인생이라고 해도 뭐라 항변할 수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교육비

 

그래도 중산층이라면 일정 수준의 월 수입이 있으니 근검절약해서 대출금을 갚아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무서운 물가상승을 훨씬 뛰어넘는 살인적인 교육비 지출 때문에 여간 해선 돈을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대학 등록금만 봐도 그렇습니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75년 소비자물가와 대학 등록금을 각각 100으로 잡았을 때 2012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는 9.69배 오른 반면, 국공립대 등록금은 23.45배, 사립대 등록금은 28.64배나 올랐다는 겁니다. 이러니 적자인생을 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 집값 오를까?

 

최근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대책을 발표했다며 언론이 떠들썩했습니다. 이른바 4.1 부동산 대책이 그것입니다.

 

각계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들이 과연 이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될지 어떨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벌써부터 침체해 있던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기사와 함께 이제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 곧 상승할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병이 났을 때 그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 임시 방편을 쓰거나 주변부를 손본다고 병을 낫게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땅의 가장 큰 소비주체인 중산층이 주거와 교육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으로 ‘적자인생’을 살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부동산시장이나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겠습니까?

 

 

● 집값, 솔직히 바닥도 아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집값이 진짜 바닥인지도 냉정히 따져 봐야 합니다. 집값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엄청나게 올랐다는 걸 간과해선 안됩니다.

 

예를 들어 가계소득이 100에서 150정도 밖에 안 올랐는데, 집값이 100에서 300으로 올랐다가 250으로 떨어졌다면 집값이 최근에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집값이 여전히 비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소득이 250만큼 대폭 오르거나 집값이 150으로 폭락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집을 살 엄두를 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이 두 가지 형태의 가격 변동이 아니라, 정부가 어떤 다른 대책으로 주택시장을 활성화시켜 사람들이 이를 오판해서 다시 집을 사려고 한다면 또 빚을 내야하고 문제는 더욱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 문제의 원인을 잘 따져 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 정부가 방아쇠를 당기다!」(2012.05.02) - 이와 관련하여 제가 2012년 5월에 쓴 칼럼입니다. 참고하세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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