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기러기 아빠,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선…

우둔하게도 우리는 ‘경제란 계속 성장하는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최근 10년간 우리들의 생계가 이토록 팍팍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일시적인 현상 일뿐이라고, 그리하여 다시금 경기는 풀리고 서민들의 경제도 나아질 것이라고 최면을 걸며 살아왔죠.

 

그런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어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주요한 국가들의 경제가 계속 성장해왔기 때문이었죠. 미국이 그랬고, 유럽이 그래왔고, 중국이 그러고 있으니까요.

 

대신 우리는 성장을 멈춘 일본이나, 아예 망가져 버린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라는 알면서도 외면해왔습니다. 보고 싶은 면만 보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서 그러했나 봅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징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늙어가는 대한민국 인구구조입니다.

 

우리나라 고령화지수가 80을 넘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고령화지수’란 아래와 같이 계산되는데요.

 

● 고령화지수 = (65세 이상의 인구수 ÷ 15세 미만의 인구수) × 100

 

고령인구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문제는 단지 수치가 높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진행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1970년에 겨우 7이었고, 1980년에만 하더라도 11.2에 그쳤던 고령화지수였죠. 그러나 1990년 20에서 2000년엔 30을 훌쩍 넘더니 2006년에 50을 넘었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이 지난 2013년에 80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심각한 고령화를 보면서도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란 가정하에 미래를 계획하고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현실을 외면하고 살고 있는 지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제(특히 서민경제)는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경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서는 생활하는 패턴도 바뀌어야 하겠죠.

 

그럼 어떤 생활 패턴이 필요할까요?

 

◆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현재 30~40대는 대부분의 수입을 자녀에게 올인(all-in)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싼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하여 보습학원 등 엄청난 사교육비를 자녀에게 뿌려댑니다. 게다가 한술 더 떠 기러기 아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수입이 넉넉한 사람은 미국으로, 캐나다나 호주로, 그보다 못한 사람은 필리핀으로 보낸답니다. 결국 형편에 맞는 여유자금을 상당부분 써버린다는 데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렇게 아이들에게 투자한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경제하에서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해외에서 영어를 배우고 온다고 한들 유독 내 아이만이 특별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차라리 이러한 사교육비용을 줄이고 아이를 위한, 그리고 자신의 노후를 위한 목돈 마련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남의 집 아이들도 다 시키는 사교육을 내 아이에게 안 시키면 벌어질 여러 문제들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결국 ‘내 아이만’에서 출발한 과도한 사교육비는 ‘내 아이도’라는 상황까지 가서, 별다른 경쟁우위도 없이 꾸역꾸역 지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불안한 군중심리가 악수를 두고 있는 것이죠.

 

◆ 이민 정책

우리 인구가 늙어간다면 젊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면 됩니다. 하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출산율을 단시일 내 끌어 올려 젊은 사람들을 만들 순 없겠죠.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젊은 사람들을 이민으로 받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민정책으로 큰 덕을 본 대표적인 나라죠. 2차 대전 때 유럽대륙에서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상당 수의 과학자와 예술가가 미국으로 건너 갔었죠. 그 이후에도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한 많은 젊고 건강하고 우수한 두뇌들이 미국의 혁신을 만들어 냈죠. 뿐만 아니라, 이민자 중에는 단순 노무자들도 많았는데요. 이들이 미국에서 소비를 하면서 튼튼한 내수시장을 지탱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이민으로 인한 부정적인 문제도 적지 않았죠. 불법체류자 문제나 범죄, 이민자들의 이질적 문화로 인한 사회통합의 걸림돌 등이 그러한 것이며 이 문제는 여전히 미국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민이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동전의 양면이 있습니다. 일본처럼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는 문화의 동질성을 유지하며 범죄도 나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경제의 본보기라는 영예(?)도 동시에 거머쥘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우리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는 온전히 우리 자신의 숙제입니다.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서 살기 위한 삶의 패턴에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웬만해선 외식장사와 같은 자영업은 하지 않는다’ 라든지, ‘투기(아니 투자라고 애써 좋게 말해봅시다) 목적의 부동산 투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라든지 하는 것들이 있겠죠.

 

모름지기, 환경이 변하면 환경 탓을 할 게 아니라 적응하는 게 우선이겠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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