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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円安)', 일본이 기대하는 이유

얼마 전,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TV의 좌담 프로그램이나 서점의 경제 주간지 등에서 ‘엔저’현상에 대한 일본의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죠.

 

작년까지만 해도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일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엔저’와 ‘아베노믹스’가 가져다 줄 일본 경제의 미래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으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주쿠 ‘키노쿠니야 서점(紀伊國屋書店)’에서 경제잡지 몇 권을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 일본경제의 문제

 

지난 15~20년간 일본경제는 재정적자의 증가, 지방경제의 파탄, 사회보장 재원의 부족, 제조업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청년층 및 중장년층의 실업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본 경제의 심각한 문제의 근원을 장기간 지속되어 온 디플레이션(Deflation)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디플레이션의 극복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정책을 사용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바로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통화의 양이 다른 재화나 용역의 공급량에 비해 늘어나게 되면, 반대로 다른 재화나 용역의 가격이 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러한 정책 중 가장 약발이 잘 먹히는 게 바로 저금리 정책입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1일 콜금리)는 0.1% 수준입니다.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금리에서 더 이상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펼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 ‘엔저’의 가속화

 

저금리 정책은 금리를 낮추어 자국내에서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이제 눈을 해외로 돌려야 합니다.

 

일본은행(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다 엔화를 풀고 그 반대급부로 달러를 삽니다. 엔화를 푸니 일본의 통화량 증가는 가능하게 됩니다. 물론 이로 인해 당연히 엔화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겠죠. 바로 ‘엔저’의 가속화입니다.

 

참고로 현재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합니다.

 

 

◆ 자국 통화 강세는 국력의 상징 아닌가?

 

‘엔저’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다는 것은 국력의 상징인데, 이렇게 약해지도록 내버려 둬서야…” 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예외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엔고가 지속되면서 장기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이 현재 일본경제의 문제를 일으킨 근원인데, 엔고가 일본의 국력의 상징으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거죠.

 

 

◆ 과거 일본의 경험

 

현재 일본을 통치하는 아베정권의 시각은 어떤 방법으로든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등의 금융완화정책을 펴지 않는 한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과거 일본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특수가 지나간, 쇼와 초기(1930년대 초반)에도 일본경제는 버블붕괴와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고초를 겪은 바 있습니다.

 

이때 다카하시 코레키요(高橋是淸, 1854∼1936) 대장상(大藏相)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하여 당시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극복했답니다. 당시 다카하시 재정 역시 ‘엔저’, 금융완화, 재정지출 등으로 요약되며 현재의 아베노믹스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다카하시 당시의 일본 상황과 현재의 일본 상황이 100% 똑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 과연 성공할까?

 

여하튼 아베정권은 아베노믹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마침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도 이를 용인해 주고 있습니다.

 

일본 일각에선 아베노믹스의 급격한 정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언뜻 생각해도 금융완화정책과 ‘엔저’ 정책은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일본 가계의 실질소득이나 구매력이 상승하지 않는 한, 생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풀린 돈이 제대로 경제주체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투기와 버블붕괴라는 뻔한 하지만 상당히 치명적인 레퍼토리로 결론 맺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아베노믹스의 주사위는 던져진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잔뜩 궁금해지는 것은 일본경제의 새로운 도전이 우리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본 칼럼은 「주간 이코노믹스」(2013/2/19일자, 마이니치신문사)의 내용 중 「금융완화와 엔저의 메카니즘」(安達誠司)의 기고를 참고로 하였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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