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배우는 일본인, 스키 즐기는 한국인

입력 2012-12-23 17:39 수정 2012-12-23 17:39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훨씬 전에 어느 신문에서 이런 내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워낙 오래 전에 본 칼럼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죠.)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무슨 국제 컨퍼런스에 취재를 위해 파견된 미국인 기자가 본 내용인데요.

 

3박 4일의 기간 동안 스위스에서 스키도 즐기며 컨퍼런스도 하는 그런 행사였고, 거기엔 스키를 한번도 타보지 못한 참가자들을 위해 초급 스키 강습도 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초급 스키 강습장에는 일본인 5명과 한국인 5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초급 강습이다 보니, 넘어졌다 일어나는 법부터 하나하나 강습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하루 정도 이렇게 강습을 받던 수강생 중 한국인 5명이 이틀째부터 강습장에 나오지 않더란 겁니다. 기자가 의아해서 가만히 살펴보니, 아직 스키가 익숙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강습은 받지 않고 바로 스키를 타러 나갔다지 뭡니까?

 

나중에 그들에게 물어보니,

 

“기껏 스위스라는 곳까지 와서 넘어졌다 일어나는 무료한 강습만 받다가 3박4일이 다 지나가면 얼마나 억울한가? 실제 눈 속에서 구르고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스키를 타러 가는 게 더 남는 장사 아닌가?” 라고 말하더라는 거죠.

 

마지막 날, 미국인 기자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았다고 합니다.

 

3일정도 막무가내로 실전 스키를 타던 한국인 5명은 비록 그 동안 엄청나게 미끄러지고 넘어졌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스키를 타며 스위스의 아름다운 설경을 즐기고 있는 반면,

 

일본인 5명은 아직도 초급 스키 강습장에서 넘어졌다 일어나는 법을 반복하고 있더라는 거죠.

 

미국인 기자는 이런 게 자신의 글을 끝맺었습니다.

 

“내 눈에는 똑같이 생겨 보이는 한국인과 일본인. 하지만 그들의 성향이 극도로 다르다는 것을 여기 스위스에서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정해진 일정대로 반복만 하는 일본인에 비해, 실제 눈 속에서 구르고 넘어지면서도 그 상황에 맞게 스키를 즐기며 스위스의 눈을 만끽하는 한국인이 더 대단해 보였다.

 

매뉴얼만 지키는 일본인들이 산업화 시대에 경쟁력이 있었다면 상황에 맞게 도전하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여기서 배워나가는 진취적인 한국인이야 말로 앞으로 열릴 정보화 시대에는 커다란 경쟁력을 가진 민족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이 칼럼은 앞서도 말했지만 10년 전에 제가 읽은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이 칼럼을 읽으며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과연 일본을 앞서는 분야가 있을 수 있을까?’ 상상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를 위시한 여러 IT산업을 보면 우리가 일본을 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십 수년 전, 제가 읽은 그 칼럼을 쓴 미국인 기자의 혜안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일본인의 특성이 경쟁력으로 작용했지만, 앞으로의 정보화 시대에는 한국인의 특성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그 이야기 말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요즘 들어, 자꾸만 다시 산업화의 향수에 젖어 들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들어 이렇게 과거에 읽었던 칼럼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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