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사다리 걷어찬 미국

미국이 노골적으로 사다리를 걷어찼습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 주었죠.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이는 최근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서의 판결과 상반되는 것인데요. 심지어 영국 법원은 지난 7월에 애플에게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베끼지 않았다고 광고까지 하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미국, 자신들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만 자유주의 경제

 

미국은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 주고, 무섭게 기어 올라오는 경쟁사의 사다리를 휙 걷어차버린 것이죠.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속셈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장하준 영국 켐브리지 대학 교수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2004)에서 차용한 비유입니다.)

 

그 동안 세계화, 개방화, 자유무역의 대명사임을 자처한 미국. 물론, 지금도 미국은 여전히 이를 신봉하고 있답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는데요. 자신들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 한해서 만이라는 전제조건 말이죠.

 

예를 들어, 미국이 명실상부하게 1인자로 군림하는 금융분야는 아직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세계화, 개방화를 내세웁니다. 그리고 이에 위기를 느끼는 다른 나라가 방어벽을 치려고 하면 이에 대해 물리적 제재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까지 비난하곤 합니다.

 

물론, IT분야도 마찬가지였죠. 삼성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1인자의 자리에 위협을 느끼자 곧바로 태도를 돌변해서 보호주의를 내세워 경쟁자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것이죠. (물론, 삼성의 이익을 우리나라 국익과 결부시키는 것이 일정부분 논리적 비약은 있습니다만…)

 

이와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은 IMF를 통해 우리에게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정작 2008년 리먼 사태나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에는 관대하게 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미국을 비난해야 할까요? 도덕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덕적으로 그러할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호주의가 마치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양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심지어 미국조차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여겼던 일을 버젓이 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자유주의 경제, 어떨 때는 보호주의 경제. 목표는 국익.”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는 자유주의 경제가 최선이니, 보호주의 경제가 최선이니 하는 이분법적 흑백논리에서 졸업을 하자는 겁니다. 그러한 흑백논리로는 치열해지는 국가간의 무한 경쟁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후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정치학에서는 국가가 이익집단의 가장 큰 단위다. 국제사회에서 국가보다 더 큰 이익집단은 있을 수 없다. 유럽도 결국은 국가 단위로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복속되지 않는 이상,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영원한 동반자로 갈 수는 없다.”

 

결국은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도덕적 비난도 감수하며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분명한 것은 미국마저도 사다리를 걷어찼고, 이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가 남아 있습니다.

 

어떨 때는 자유주의 경제, 어떨 때는 보호주의 경제. 그 목표는 국익. 이게 바로 정답이 아닐까요? 냉정하지만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