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얼마 전 변영주 감독의 「화차(火車)」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宮部 みゆき)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였다고 하더군요. 연기자들의 연기나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시사하는 바 등을 종합해 볼 때 개인적으로 참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인터넷을 통해 ‘화차’라는 영화 제목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화차(火車)’란 일본 전설 속에 나오는 지옥으로 가는 ‘불수레’를 뜻한다고 합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죽어서 지옥으로 가기 위해 타는 것으로 이것에 한번 올라탄 사람은 두 번 다시 내릴 수도 없고 이것을 멈출 수도 없다는 겁니다.

 

영화나 동명 소설에서 ‘화차(火車)’를 제목으로 정한 것은 빚이라는 구렁텅이로 한번 빠져드는 순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화차에 올라탄 것이며 어느 누구도 중간에 여기서 뛰어내리거나 이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네이버의 ‘책소개’ 코너에서도 소설 「화차(火車)」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와 소비자금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본에 잠식당한 현대 소비사회와, 크고 작은 욕망을 좇다가 예기치 못한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 그리고 낙오된 이들을 어둠으로 삼켜버리는 비정한 도시의 현실을 그려낸 이 작품은, 거품경제가 붕괴한 직후인 90년대 초의 일본 사회상을 생생하게 표현해냄과 동시에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 시종 인간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설득력 있는 묘사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렇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필연적인 맹점 중에 하나가 바로 ‘빚(信用)’입니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자본주의 경제석학들이 문제점을 지적하여 왔습니다. 아래 그 내용들을 몇 개 소개해 봅니다.

 

[1]

“친도구(Chindogu, 우리가 사들이는 불필요한 것을 일컫는 말-칼럼니스트 주)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과잉의 문제를 보여주는 첫 번째 징조다. (중략)

수요가 위축되면 자본주의는 시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가진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마음을 억누를 때에도 역시 자본주의는 위축된다. 1990년대에 일본의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 구매의욕의 위축이었다. 그리하여 일본 정부는 사람들을 가게로 유혹하기 위해 할인권을 나누어줄 것 까지도 고려했다고 한다. 새로운 제품과 제품 업그레이드는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그리하여 수요를 계속 창출한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가진 것을 보면 나도 갖고 싶은 욕망, 혹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는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질투심도 그렇지만 광고에 의해서 촉발된 패션도 수요의 중요한 자극제이다.” 「코끼리와 벼룩 (원제: The Elephant And The Flea, 2001)」 찰스 핸디(Charles Handy) 지음, 본문 P212~213 –

 

[2]

“경제가 성장하면 중산층의 절대 다수는 당연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들은 상류층 혹은 그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 큰 집과 최신형 자동차, 고급 가구 등 돈으로 살 수 있는 온갖 좋은 것을 누리는 걸 보며 자신들도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만약 대부분의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은 오직 돈을 빌림으로써만, 그리고 점점 더 빚의 늪으로 빠져듦으로써만 충족시킬 수 있다. 이에 따른 그들의 소비는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또 거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비록 당분간이지만.

이 방식은 지속될 수 없다. 충분한 구매력이 부족한 중산층은 결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없다. 빌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929년과 2008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청구서 지불기한은 언젠가는 오게 마련이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원제: After Shock, 2010)」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 지음, 본문 P20~21중 –

 

[3]

“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20세기 내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자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기 위해 신용 판매 부문에서 수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중략) 20세기로 넘어오자 백화점은 축음기, 재봉틀, 피아노 같은 고가품을 팔기 위해 <할부 클럽>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고객은 물건 값을 여러 달에 걸쳐서 조금씩 나누어 낼 수 있었다. <외상>은 미국의 상점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다. 당시의 한 신용 대출 전문가는 <외상>이라는 말이 현대판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이 요술 같은 말이 있기 때문에 미국 국민은 빈 주머니로 시내에 가서 한 보따리 가득 사치품을 싸들고 귀가한다.>” 「소유의 종말 (원제: The Age of Access, 2000)」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지음, 본문 P58~59중 –

 

[4]

“물론, 부채가 많더라도 늘어나는 부채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앞에서도 분석했지만, 우리나라의 기존 산업은 이미 넛크래커 현상(위에서 누르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현상-칼럼니스트 주)에 빠지기 시작했고, 미래 한국의 내수시장과 노동 경쟁력은 필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 국가와 기업, 개인들은 빚을 늘려 부족분을 메우려 하고 그로 인해 소비력은 더욱 더 감소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도 국내 투자를 크게 늘릴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2020 부의 전쟁 in Asia, 2010)」 최윤식·배동철 지음, 본문 P110중 –

 

 

◆ 빚 문제는 개인과 사외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그렇다고 자본주의 자체가 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빚과의 관계는 자동차와 매연의 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공간적 거리를 좁혀주고 기동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매연이란 부산물로 대기오염이란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자동차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듯이 이제는 빚 문제에 대해 차입자 개인의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자본주의를 지속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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