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그리스가 복지 포퓰리즘으로 망하고 있다고요?

입력 2012-02-26 17:10 수정 2012-02-26 21:58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오래 된 유머가 하나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시절 이 유머를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퀴벌레를 바닥에 놓고 “기어”하면 잽싸게 기어 달아나지만 그 다리를 다 떼어내고 “기어” 하면 더 이상 바퀴벌레는 기지 않는다는 건데, 이를 실험한 ‘바보’는 보고서에 어처구니없게도 “바퀴벌레는 다리가 없어지면 청력을 상실한다”라고 썼다는 거죠.

 

그 동안 저 역시 보고서에 그런 결론을 내린 사람을 ‘바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는 ‘바보’가 아니라 상당히 무서운 ‘사기꾼’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같은 현상을 보고 완전히 왜곡된 결론을 낼 수 있는 – 그것도 자신이 의도한 결론 말이죠 – 그런 대담하고 무서운 ‘사기꾼’ 말입니다.

 

저는 순간 쓸데없는 공상에 빠져듭니다.

‘아마 그는 ‘바퀴벌레 다리와 청력과의 관계’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려고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실험 보고서를 일부러 작성했을 것이다.’

만약 이 바퀴벌레 실험을 아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보고서의 결과를 세뇌시킨다면 아이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리스 국가부도위기사태

 

2011년 국가부도위기로 파국을 치닫고 있는 EU 국가 중에 그리스(Greece)가 있습니다.

 

이를 보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주요한 자리에 계신 분들을 포함해서)이 “복지 포퓰리즘이 그리스를 국가부도 사태로 치닫게 만들었다”며, 우리 역시 복지 포퓰리즘에 휘둘리다가는 그리스 꼴을 면하지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TV 뉴스나 신문, 인터넷 기사에서 연일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리스=과도한 복지로 인해 맛이 간 나라」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복지정책을 잘 시행하고 있는 유럽국가 중에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는 왜 국가부도사태에 휩쓸리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최신작 「부메랑」(BOOMERANG; Travels in the New Third World)이라는 책에는 그리스가 왜 국가부도사태로 치닫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문제의 진원지인 유럽의 그리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을 직접 방문해서 최근 경제위기 상황을 그의 책에다 생생하게 그려놓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 「부메랑」에서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대부분의 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가 장부까지 위조해 재정적자를 속이면서 외국으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돈을 차입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즉, 그리스 사태는 사회 전체의 도덕성 붕괴가 초래한 필연적이 비극이라는 거죠.

 

그리스의 공무원은 민간 기업 근로자들에 비해 평균 3배 이상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황입니다. 탈세하는 사람들을 세무공무원이 앞장서서 눈을 감아줍니다. 참고로 그리스의 탈세규모는 GDP의 약 14%인 연간 약 30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 온 국민이 탈세범인 나라

그리스인의 탈세 규모와 그 범위는 정말 놀라웠다. 그리스의 의사들 중 약 3분의 2가 1년 소득을 1만 2,000유로(약 1,700만원) 미만으로 신고했다. 1만 2,000유로 미만은 과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1년에 수백만 유로를 버는 성형외과 의사도 세금 한푼 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본문 99페이지)

 

아울러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적자를 장부에서 누락시키는 전대미문의 장부조작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 적자와 부채를 사라지게 하는 마술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이 있으려면 이론적으로 예산적자를 GDP의 3퍼센트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한 일라고는 장부조작이 전부였다. (본문 111페이지)

 

그리스의 재정상태를 좀더 면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IMF가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그리스인에게 남은 티끌만 한 신뢰성마저 사라졌다. IMF의 한 고위간부는 날카롭게 물었다.

“유로존의 회원국이 실제로 GDP의 15퍼센트인 적자를 어떻게 3퍼센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나요?” (본문 114페이지)

 

이러한 나라가 쓰러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죠.

 

 

◆ 복지가 그리스를 망하게 만들었나?

 

물론, 망해가는 그리스의 사회 복지가 상당히 좋은 상태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그리스 국가부도위기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하기엔 너무 엄청나고 많은 일들이 그리스에서 벌어졌다는 겁니다. 마치 더 이상 기어 다니지 못하는 바퀴벌레에게 청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기엔 바퀴벌레에게 너무나 많은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듯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높으신 분들은 이러한 이야기는 별로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복지’ 때문에 그리스가 망해가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의 과오를 보고 교훈을 얻어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때 타산지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유럽의 그리스(뿐만 아니라 ‘PIIGS’ 국가 모두) 사태에서 제대로 된 원인을 찾아내야 우리도 그런 꼴을 당하지 않게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유로존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누구든 다른 불순한 동기로 이용하지 않게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부메랑」이란 책을 한번 권하고 싶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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