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구매력이야, 바보야”

 

이 말은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히트를 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를 패러디 해본 겁니다.

 

다른 어떤 문제보다 경제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어구 덕분에 민주당의 빌 클린턴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를 누르고 대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힘찬 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죠.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각인시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까요.

 

이처럼 ‘경제’가 정치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방법을 찾기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돈을 풀어야 해결이 되는지, 환율을 올려서라도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야 해결되는지, 아니면 문호를 개방하고 외국인의 투자를 규제 없이 받아들여야 해결이 되는 것인지…

 

여러 요소와 변수가 작용을 하겠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중산층의 구매력을 증가시키지 않으면 경제적 성장은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는 ‘구매력’이야, 바보야.”라고 한 것입니다.

 

구매력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해진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만든 물건이 잘 팔리면, 공장을 증설하고 고용을 늘려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겠죠.

 

아울러 고용이 늘어나면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더욱더 소비를 늘릴 것이고 이는 다시금 공장의 증설과 고용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생산과 투자, 소득과 소비가 증가하는 것을 우리는 ‘경제 성장’이라고 합니다.

 

 

◆ 부의 집중화가 경제위기의 원인

 

이러한 점은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경제 지도자인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원제: After Shock)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의 책에는 1920년대의 대공황과 2008년 이후의 경제 위기를 미국이 번영을 계속하던 1947년부터 1975년 사이 (대번영의 시대)와 비교하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총소득 중 상위 1%에게 돌아간 몫이 대공황 이전의 192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둘 다 23%를 넘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대번영의 시대(1947년~1975년)에는 이 수치가 겨우 8%~15% 사이였다는 것이죠.

 

“대공황의 주요 원인은 1920년대의 과도한 소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보다는 오히려 최상위 부유층이 소득의 방대한 축적을 거머쥔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즉 극소수가 대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을 흡수해버린 것이 진짜 문제였던 것이다.” – 본문 P38

 

이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봅니다.

 

항간에는 “부자들에게 너무 많은 과세를 하거나 심한 규제를 하게 되면, 그들이 돈을 쓰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비가 진작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집중된 부가 다시금 일반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에 10끼를 먹을 수는 없고 승용차를 몇 백대씩 구매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보다 전체 경제가 성장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이 되고 이들의 실질 구매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이들이 돈을 쓰지 않게 되면 소비가 진작되지 않고 경제는 침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실질 구매력 오히려 감소

 

수출이 증가하고 GDP가 상승해도, 물가가 상승하고 명목임금은 거의 같거나 오히려 하락을 하고 실업률 조차 상승한다면 중산층의 구매력은 더욱더 약해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2011년 12월 현재, 국세청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5년간 과세대상 근로소득자의 1인당 연봉은 4.8%, 과세미달자 1인당 연봉은 8%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5% 증가해 ‘실질 구매력’은 18%이상 급감했다고 합니다.

 

굳이 이런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적인 경제 수치는 상당히 회복하였는데 실질적인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중산층, 부채의 늪으로…

 

더욱 무서운 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 동안 거시적 경제 수치가 증가하면서 생긴 소득이 중산층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은 과거와 비슷하거나 과거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파렴치한 욕심으로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나라가 잘 살게 되면 그만큼 윤택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니까요. 우리들에게 여전히 1950년대나 1960년대의 생활 수준을 고수하라고 감히 누가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로버트 라이시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도 이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중산층의 절대 다수는 당연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들은 상류층 혹은 그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 큰 집과 최신형 자동차, 고급 가구 등 돈으로 살 수 있는 온갖 좋은 것을 누리는 걸 보며 자신들도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만약 대부분의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은 오직 돈을 빌림으로써만, 그리고 점점 더 빚의 늪으로 빠져듦으로써만 충족시킬 수 있다. 이에 따른 그들의 소비는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또 거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비록 당분간이지만.

이 방식은 지속될 수 없다. 충분한 구매력이 부족한 중산층은 결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없다. 빌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929년과 2008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청구서 지불기한은 언젠가는 오게 마련이다.” – 본문 P20~21중




이렇게 촉발된 경제위기는 중산층과 서민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부자들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모두가 망가지는 길로 가는 것이죠. 우리는 ‘로버트 라이시’의 말대로 “근로자가 곧 소비자”이고 이들 소비자가 대기업들의 물건을 사주는 주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 사회적 ‘공리(公理)’가 필요한 때

 

따라서 지금 우리에겐 무엇보다도 사회적 ‘공리(公理)’가 필요한 때입니다.

 

다시 말해, 자유민주주의가 공산독재보다는 훨씬 좋은 제도라는 ‘공리’가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듯이,

 

나라의 부가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져 이들이 강력한 구매력을 발휘하는 것이 경제 발전에 더 이롭다는 ‘공리’ 말입니다.

 

2012년에도 여전히 경제 불안을 걱정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나 정치가, 정책입안자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중산층의 구매력이야, 바보야”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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