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斷想] 소비부터 배우는 아이들

[1]

며칠 전 라디오에서는 이런 사연이 방송된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옮겨봅니다.)

 

7살 난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는데 자꾸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기에 아이의 엄마는 지갑 속의 현금을 일부러 빼낸 후 빈 지갑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지금 돈이 없어 못 사준다니까. 봐. 이 지갑 보라구. 돈이 하나도 없잖아.”

 

라고 했더니 아이는 대뜸

 

“엄마, 지금 지갑 속에 카드는 있잖아요. 신용카드도 있고 체크카드까지 있는 걸요. 요즘 3개월 할부로 하면 수수료도 없다는데 할부로 해서 이거 사주세요.”

 

7살 난 아이의 이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엄마는 어안이 벙벙했다는 군요.

 

[2]

김포공항 롯데몰이 들어섰다 길래 이번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외투나 하나 사드릴까 해서 들렀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롯데몰은 백화점과 쇼핑몰, 대형마트가 지하로 연결되어 있더군요. 지하로 연결된 거대한 통로를 따라 각종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연말연시에다 마침 신규개점 행사를 하고 있던 터라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 저는 그 규모와 인파에 놀라 감탄사를 연발하려는 순간 저의 어머니가 한마디 했습니다.

 

“전부 애들 입는 거, 먹는 거, 노는 거뿐이네. 복잡하기만 하고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들 갈만한 데는 한군데도 없어.”

 

그러고 보니 그랬습니다. 저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40대 중반 남성인 제가 즐길만한 취향의 가게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곳에 즐비해 있는 음식점과 옷 가게, 그리고 생활용품 들의 대부분이 아동용이거나 아니면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그것도 여성취향의 상점들이었습니다.

 

김포공항 롯데몰 뿐만 아니라 강남의 신세계몰, 영등포의 타임스퀘어, 신도림의 디큐브시티, 부산 센텀시티의 신세계몰 등… 대형쇼핑몰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대한민국의 어느 계층, 어느 세대가 돈을 벌고 있느냐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대한민국 어느 계층, 어느 세대가 돈을 쓰고 있느냐는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대도시는 점점 더 생산계층보다는 소비계층이 활보하고 다니는 공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보통 부모들은 쇼핑을 할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장보기 카트에 태워서 대형마트를 쭉 돕니다. 대형마트엔 생필품들이 가득 넘쳐납니다.

 

엄마, 아빠는 덕용(德用)으로 포장된 물건은 할인된 가격이라며 덥석덥석 집어서 카드에 싣습니다. 계산은 맨 마지막에 한번. 그것도 카드로 ‘찍’ 그어버리면 됩니다.

 

물건 하나를 사면서 가게 주인과 흥정을 하던 과거의 장보기와는 사뭇 다른 요즘의 대형마트 장보기.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장보기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소비부터 배우게 됩니다.

 

웅성웅성한 마트에서 무작정 물건을 실어 담고 카드로 한번 그어버리면 끝나는 장보기. 모든 물건은 언제나 풍족하게 채워지고 카드 한 장으로 계산만 하면 모든걸 소유할 수 있는 현재의 소비 프로세스가 어린 시절부터 뇌리에 각인됩니다.

 

언제나 넘쳐나게 물건을 채우기 위해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부모님이 카드를 긋고 나면 어떻게 이를 메꾸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프로세스에서 누가 이득을 챙겨가는지 우리 아이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4]

지금의 실물경제는 이미 공급과잉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거대한 기업들은 언제라도 손쉽게 많은 물건을 생산해서 공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사줄 사람들 즉, 소비를 해줄 수많은 개미들이 필요합니다. 소비를 해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선 축복입니다. 기업들은 얼마든지 공급을 할 수가 있고 이로 인해 계속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를 더 늘릴지 고민합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인구를 뻥튀기하듯 늘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소비에 민감한 계층들이 소비를 편하고 충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듭니다. 바로 ‘대형쇼핑몰’입니다.

또한 소비를 편하고 충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듭니다.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소비부터 배운 우리 아이들은 20대,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편하고 충동적으로 소비를 합니다. 그들의 옷장 속에 신장 속에 친도구(Chindogu)가 넘쳐나는데도 계속해서 말입니다.

 

어렵게 벌었더라도 쉽게 소비해주는 기업의 축복인 이른바 21세기형 멋진(?) 신인류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참고용어] ‘친도구(Chindogu, 珍道具)

 

이 말은 1995년 『친도구의 세계 The Art of Chindogu』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일본은 물론 영미권까지 퍼진 용어입니다.(출처: <코끼리와 벼룩> 찰스핸디 지음) 물론, 원래 일본말이고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살아가면서 한 번쯤 ‘이런 것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물건을 지칭

2. 우리가 사들이는 불필요한 것을 가르킴

 

여기서는 2번의 뜻을 의미합니다. 여러분도 대부분 친도구를 가지고 계실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놓고 한번도 매어 본 적이 없이 장롱 속을 뒹구는 넥타이, 인터넷 서점에서 배달비 아끼려고 한꺼번에 사들인 책-물론, 한번도 읽지 않았겠죠. 일부 여자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들인 갖가지 액세서리. 이러한 것들이 바로 친도구죠. <인용: 저의 칼럼 : [경제] 이라크戰 : 친도구를 팔기 위해(2003.4.27)>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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