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알쏭달쏭 파생상품 (1) : CDS (신용부도스왑계약)

금융의 시대입니다. 자본의 시대입니다.

금융과 자본은 예리한 칼과 같습니다. 잘 쓰면 정말 편리한 도구가 되지만 잘 못 쓰면 우리에게 치명적인 무기가 되죠.

 

이 칼은 점점 예리해지고 그 사용법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파생상품이죠. 파생상품(financial derivatives)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선물/옵션만 일컫는 게 아닙니다. 전통적인 금융상품인 예금, 적금, 주식, 채권에서 파생되어 나온 변종들을 말합니다.

 

이러한 변종은 점점 더 복잡해져서 이젠 이를 창조한 사람들까지도 이들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그 영향이 무조건 나쁘다, 아니면 좋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예리한 칼이 유용한 도구일지, 치명적인 무기일지는 칼을 쥔 사람에 따라 달라지듯이 말입니다.

 

이젠 어느 누구도 칼을 없애버리자고 말하지 못하듯이 이젠 어느 누구도 파생상품을 없애버리자고 말하기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파생상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쯤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뭐든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CD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연자]

토마스은행홍콩 : 홍콩에 위치한 미국계 은행의 아시아 헤드쿼터(Headquarter)

우수은행 : 한국 굴지의 대형 시중은행

최고증권 : 한국 업계 1위 대형 증권회사

 

‘토마스은행홍콩’이 있다고 해보죠. 여기서 한국의 안전한 채권에 1천만불을 투자한다고 해봅시다.

그들의 투자대상에 오른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하나가 금리 연 3.5%의 한국정부가 발행한 국공채와 또 다른 하나가 금리 연 6%의 ‘우수은행’ 후순위채권입니다.

 

금리만 생각하면 우수은행 후순위채권에 투자하고 싶겠지만 혹시 문제가 생겨서 우수은행이 망하면 이자 몇 푼 더 받으려다가 원금까지 날릴 수 있어 주저를 하고 있답니다.

 

‘참, 걱정도 팔자군. 아무려면 대한민국 굴지의 우수은행이 망하겠어. 별걸 다 걱정하네.”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토마스은행홍콩의 걱정이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은 것 같지만 미국과 홍콩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 눈에는 왠지 불안할 수 있거든요.

 

이때 ‘최고증권’이 접근을 합니다.

만약 우수은행이 망할 경우 토마스은행홍콩이 투자한 원금 1천만불을 자신이 대신 갚아주겠다고 말이죠. 물론, 토마스은행홍콩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죠. 이를 어서 문서화 시켜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겠죠. 이렇게 해서 등장한 파생상품이 바로 CDS입니다.

 

◆ CDS (Credit Default Swap) :: 신용부도스왑계약

 

물론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란 없죠. 우수은행이 망할 경우 원금을 대신 갚아주는 대가로 최고증권은 토마스은행홍콩에 원금 1천만불에 대해 연 2%를 요구했습니다.

 

아마 토마스은행홍콩은 생각할 겁니다.

 

「1천만불을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해서 연 3.5%의 이자를 받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다소 불안하지만(우리가 볼 때는 전혀 불안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한국의 우수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해서 연 6%의 이자를 받고 여기서 연 2%를 최고증권에 떼어주고 원금보장을 받는 투자가 더 유리할까?」

 

원금을 보장해 준다면 후자의 방법이 더 낫겠죠. 연 6%에서 연 2%를 떼어줘도 연 4%의 이자를 가져갈 수 있으니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하는 것과 같이 위험은 거의 없는데 수익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마스은행홍콩은 우수은행 후순위채권에 투자하면서 최고증권과 1천만불에 대한 원금보장 각서와 이에 대해 연 2%의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증서를 만듭니다. 바로 CDS가 탄생하는 순간이죠.

 

따라서 CDS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투자한 곳에 사고가 발생해서 원금을 못 받을 경우에 대비해 보험에 들고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타가는 거죠. 물론 보험에 들면서 보험료를 매달 지불하는 건 당연지사. 위의 예에서는 보험가입자는 토마스은행홍콩이고 보험회사는 최고증권 그리고 보험 목적물은 우수은행 후순위채권이 되겠죠.

 

◆ 그럼 최고증권은 왜 이런 계약을 할까요?

 

앞서도 말했듯이 우수은행을 바라다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는 어느 누구도 우수은행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 않습니다. 비록 북한의 도발, 정부정책의 실패, 원달러환율의 급등, 가계부채 급증 등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수은행이 망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우수은행이 망한다면 이는 한국경제 자체가 붕괴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반면 외국투자자의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 정부정책의 실패, 원달러환율의 급등, 가계부채의 급증 등의 위기로 우수은행과 같은 한국 굴지의 시중은행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는 낯선 동네의 밤거리를 여행객은 두려워 할 수 있지만 그 동네 터주대감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 보시면 됩니다.

 

최고증권 입장에선 어차피 외국 투자자들이 호들갑 떠는 것이니 이 와중에 보험료나 받아 챙겨보자고 CDS 계약을 하는 거죠.

 

◆ 그렇다면 토마스은행홍콩이 최고증권만큼은 믿는 걸까요?

 

우수은행도 못 믿겠다는 판국에 최고증권이 원금을 갚아 줄 거라고 믿어서 이런 계약을 하는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겠죠. 최고증권과 계약을 하는데 조건을 붙입니다. 우수은행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아주겠다던 투자원금 1천만불의 잔고증명을 보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죠.

 

한국 굴지의 금융회사인 최고증권이 투자원금 1천만불에 대한 잔고증명까지 보여준다면 정말 믿고 연 2%의 보험료를 내겠다는 것이죠.

 

그럼 최고증권은 우수은행 후순위채권이 만기가 될 때까지 자신들의 쌩돈 1천만불을 고스란히 예치해 놓고 묵혀둘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금융의 기본은 돈을 돌리는데 있습니다.

 

옛말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금융에선 ‘구르지 않는 돈에는 수익이 붙지 않는다’는 엄준한 진실이 있죠.

 

최고증권은 머리를 씁니다.

 

우선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는 국내 연기금이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130억짜리(1달러=1,300원, 즉 미화 1천만불어치) 펀드를 만듭니다. 이 펀드를 통해 국공채에 투자를 합니다. 그럼 펀드에는 국공채 130억원어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토마스은행홍콩에 보여줍니다.

 

“자 여기 1천만불(130억)어치 국공채가 있으니 안심하고 우리와 CDS 계약을 체결하자.”

 

안전한 국공채를 보고 토마스은행홍콩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 펀드에 돈을 투자한 연기금 등의 투자자들은 또 어떤 입장일까요?

 

이들 역시 우수은행이 망할 거라 생각 않습니다. 따라서 국공채 투자와 CDS계약이 함께 포함된 펀드가 특히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대신에 투자자들은 토마스은행홍콩이 지불하는 연 2%의 대가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 펀드는 국공채 연 3.5%와 CDS관련 연 2%의 수익을 받게 되죠. 따라서 총합 연 5.5% 수익의 안전한 펀드가 되는 겁니다.

 

최고증권은 이렇게 말합니다. “연 5.5%의 수익이 생기는 펀드를 만들었으니 일부는 수수료로 떼어가도 되지 않겠는가?” 펀드투자자는 “그래 연 1.5% 정도 떼어가라.”

 

최고증권은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돈은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말입니다.

 

이처럼 CDS가 포함된 펀드는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유용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한 안전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혹시나 망하지 않을 거란 우수은행이 망한다면 그 파장은 펀드투자자들에게까지 미칠 겁니다.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비슷한 양상이 되겠죠.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