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번 세계 증시 대폭락을 ‘소버린 쇼크(sovereign shock)’라고 부르더군요. 2011년 8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빵’ 터지기 시작해서 다소 진정 기미를 보였던 지난 11일까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쇼크의 완벽한 결말은 나지 않았다고 봐야겠죠

 

여하튼 이 기간 동안 전세계적으로 모든 증시는 박살이 났지만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쪽은 오히려 수익률이 높았답니다.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게 크게 세 가지인데, 금, 스위스프랑, 그리고 미국 국채입니다.

 

우선, 금 가격은 지난 8월 1일 종가 기준으로 트로이 온스(31.1g)당 1631.09달러 하던 것이 11일에는 무려 1754.35달러로 무려 7.56% 급등을 했습니다. (뉴욕 상품거래소 금 가격 기준)

 

두 번째로 스위스 프랑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어 이 기간 동안 달러 대비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급등을 했죠. 상승률은 무려 7.32%였답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 것이 바로 10년짜리 미국 국채였답니다. 채권의 YTM과 자본이득을 합산한 기간 수익률이 3.06%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知人)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답니다.

 

“이번 쇼크는 미국 채무한도 증액문제와 이와 관련되어 S&P에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것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안다. 이렇듯 미국의 부실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오히려 미국 국채에 돈이 몰려 들었다니 이해가 안 된다. 금이 안전자산이란 것은 이해가 가는데 미국 국채가 어떻게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는가?”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리스에 부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를 내다팔겠죠.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신용등급마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를 오히려 샀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대단한 피난처 효과’란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나타났었는데요.

 

다름아닌 2009년 3월 초 뉴욕타임즈에서도 실렸듯이 당시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으로 다시 돈이 몰렸답니다. 폭락하는 주식에서 빠져 나온 돈들이 갈 곳이 없자. 그래도 미국의 국채가 안전하다며 이쪽으로 몰렸던 거죠.

 

이러한 현상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버젓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지도자가 큰 잘못을 했지만 그를 쫓아내고 세울 유능한 사람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신임하는 일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미국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미국 이외에는 돈을 맡길 곳이 마땅히 없는 게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자본주의의 현주소입니다.

 

떠오르는 중국이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안화는 아직은 기축통화(key currency)가 되기엔 시기상조입니다.

 

한 나라의 통화가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1)국제거래 통화로서의 수요공급이 원활해야 할 것이며, (2)국제무역이나 국제금융 등 국제거래에 빈번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며 (3)통화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 위안화의 경우 (3)통화가치의 안정성에 대해 아직은 세계 각국이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중국은 누가 뭐래도 분명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정부주도하에 모든 국가 부문이 움직입니다. 게다가 1당 독재입니다.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해서 무역 결제도 하고 이로 인해 벌어들인 돈을 위안화로 보유한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중국 정부가 “화폐개혁을 하겠다. 지금까지 발행한 중국 위안화는 다 휴지조각이다.”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구요?

 

하지만 중국정부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보여주고 있는 태도로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을 겁니다.
 

개방초기에는 각종 혜택을 주면서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였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나니 요즘 들어 각종 규제를 두어 외국기업을 쫓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위안화와 외국기업 사례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문제는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의 경제대국들이 아직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식의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구심이 존재하는 한 중국의 위안화는 미국 달러가 누려왔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갈 곳 없는 돈들은 다시금 미국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어쩔 수 없죠. 아직은 새로운 대안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미국과 달러는 참 대단한 피난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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