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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비중이 높아지면 집값 오르나?

수도권의 전셋값 강세는 꺾일 줄을 모릅니다.

 

서울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비중)’은 평균 44.35%로 2010년 말 42.09%보다 더 높아진 상태입니다. 경기도는 더욱 심합니다. 경기도의 경우 전세비중은 2010년 말 45.78%에서 6개월 만에 무려 49.68%로 상승한 상태입니다.

 

매매가는 하락추세이지만 전세가는 상승추세이므로 이대로 간다면 둘 사이의 간격은 더욱 좁혀져 전세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게 되면 사람들은 전세에 사느니 차라리 집을 사게 될 것이고 머지 않아 주택가격은 다시금 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과거엔 이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여 2001년경에는 결국 전세비중이 무려 평균 63% 수준까지 갔었죠. 전세가격이 6천3백만원 하는 집에 전세를 살고 있다면, 3천7백만원만 더 보태면 그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죠.

 

그 이후 우리는 엄청난 부동산 폭등기를 경험합니다. 비싼 전세에 사느니 이 참에 돈 좀 대출받아 아예 집을 사자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전세비중은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전세비중은 평균 39% 수준이었죠.

 

하지만 2011년에 전세비중이 다시 오른다고 해서 2000년대 초처럼 주택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마치 12월에 날씨가 흐리다 결국 폭설이 내렸다는 경험 하나만으로 한여름에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스노우체인을 준비해야 한다고 법석을 떠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하나의 상황만 보고 다른 변수가 달라진 걸 간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지금이 당시와 다른 점은

 

(1) 당시에 비해 지금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너무나 커졌고

(2) 당시엔 의심의 여지가 없이 금리가 하락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금리 상승을 우려해야 하며

(3)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에 큰 상처가 났으며

(4) 서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죠.

 

다시 말해 집을 사기 위한 목돈을 마련하기도, 그렇다고 빌리기도 힘들고

일단 빌리더라도 갚아야 할 이자는 더욱 늘어날 것 같고

막상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갚을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그런 역경 속에서도 구입한 집값이 오를 것이란 믿음이라도 있어야 하는 데 그것조차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전세가격이 올라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든다고

무턱대고 집을 사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하여 전세 수요는 더욱더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낮은 금리에다 부동산 자산가격 상승마저 기대하지 못하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전세 공급을 꺼리게 되고

 

이 추세로 계속 간다면 전세가격은 더욱 올라가 급기야 상당수의 사람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옮겨갈 수 밖에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즉,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전세’에서 ‘매매’로 올라가지 않고 ‘전세’에서 ‘월세(또는 반전세)’로 내려가게 된다는 것이죠.

 

좀 과장해서, 이런 추세로 간다면 전세 제도란 게 역사책에나 나올만한 제도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뭐… 솔직히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였기에 이 제도가 없어진다는 게 어쩌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경제논리에 의해 그나마 서민에게 고마웠던 전세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닙니다.

 

[後記]

참고로 월세가 일반화 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에 하나로 PRR이라는 것을 활용합니다.

 

PRR이란 ‘Price to Rent Ratio’ 굳이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주택수익비율’이라 할 수 있죠.

렌트(Rent) 즉, 임대료 수준에 비해 실제 주택가격이 얼마나 책정되어 있는가를 나타내죠.

[주택 매매가격 ÷ 연간임대료(월세)의 총합]으로 계산합니다.

 

위의 계산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PRR이 상승하면 할수록 해당 주택에서 연간 받는 임대료수익에 비해 그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들어가는 금액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PRR이 일정수준이상으로 높아지면 그만큼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 있겠죠.

 

참고로 미국 타임지(The TIME)의 기사 ( 2009.8.31일자 온라인판)에 따르면 미국 도시의 경우 1986년 이후 평균 PRR이 16.5 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PRR이 16.5라는 것은 연간 월세를 16.5년간 모으면 그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것이 2001년 이후부터 줄곧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5년에는 24.7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전세가 대세이므로 PRR로 주택가격의 향방을 판단하기란 어렵고요. 그래서 관행상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비중)’로 주택가격의 향방을 가늠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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