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란) 남의 돈을 엄청 빌려 투자를 하므로 위험할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투자하는 곳이 아주 안전한 차익거래이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한다’는 뜻에서 헤지라는 말을 붙이는 겁니다.”

 

헤지란 무엇인가?

 

헤지(hedge)란 (1)’울타리, 담장’을 뜻하는 말이죠. 여기서 파생되어 (2)’금전적인 손실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뜻하기도 합니다.

 

특히 금융에서는 (2)번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예를 하나 들어보죠. 미국동부에서 비행기에 대량의 화물을 실어 서부로 배달하는 사업을 하는 토마스란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그런데 배달하는 날에 기상이 악화되어 동부의 공항에서 비행기가 뜰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달이 늦어지므로 그만큼 연체료를 물어야 하고 공항에 대량의 화물을 임시 보관해야 하므로 창고보관료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겁니다.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겠죠.

 

하지만 현명한 우리의 토마스는 시카고의 선물거래소에서 파생금융상품을 하나 계약해 놓았죠. 이 파생금융상품은 계약을 할 때는 소정의 계약금만 지불하면 되죠. 그리고 그 계약내용은 화물을 배달하는 날짜에 미국 동부 공항의 기상이 악화되면 거액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랍니다. 물론 기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소정의 계약금을 날리게 되고요. (실제로 미국에는 이런 종류의 파생상품이 있습니다.)

 

자! 화물을 배달하는 당일이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기상이 악화되어 비행기를 띄울 수 없게 되었답니다. 당연히 토마스는 연체료에 창고보관료까지 부담해야 하겠지만 큰 걱정이 없답니다. 대신 파생금융상품에서 수익금을 받아서 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경우, 토마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금전적인 손실을 막기 위한 대비책’인 헤지(hedge)를 해놓았다고 합니다.

 

 

한국 증권회사에도 헤지펀드 허용

 

최근 여의도 증권가의 이슈 중에 하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입니다.

 

‘엥, 왜 하필 헤지펀드를 도입해?”

 

‘헤지펀드’하면 여러분은 왠지 거부감부터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헤지펀드’하면 우리에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게 외환은행을 요리(?)했던 론스타(Lone Star)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TV에서 절찬리 방영한 드라마 [마이더스] 덕분에 헤지펀드가 뭔지를 어렴풋이 아는 사람이 더 늘어났습니다. 유인혜(김희애 분)가 대표로 있던 ‘론아시아’가 바로 헤지펀드였으니까요.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에는 3,000여개 정도의 거대한 헤지펀드들이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저는 ‘헤지’란 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방어적인 느낌에다 다소 소극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드라마나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헤지펀드는 방어적, 소극적 그딴 느낌이 아니라 과감하고 비정한 느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더스]나 [작전]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헤지펀드란 게 주가조작이나 작전을 하는 데 개입하고 멀쩡한 기업을 사냥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까지 위반하는 ‘검은 돈’이란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헤지펀드란 이름을 가진 펀드 중에는 그런 일을 하는 곳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지펀드의 본질이 룰(Rule)을 어기며 검은 거래를 하는 투기꾼은 결코 아닙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진정한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해서 모든 민주주의공화국이 독재국가라고 할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차익거래를 전문적으로 합니다.

 

 

차익거래란 무엇인가?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란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수익을 얻는 거래의 일종입니다. 두 시장의 상황이나 환경의 차이로 인해(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둘 사이 가격의 차이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때 가격이 싼 시장에서 매수를 한 후 가격이 비싼 시장에서 매도하여 손실에 대한 위험이 전혀 없이 수익을 얻는 거래를 말하죠.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주가지수선물의 ‘실제가격’과 현물가격에 금융비용을 가산한 ‘이론가격’에 일시적인 차이가 발생할 때 낮은 쪽을 사고 동시에 높은 쪽을 팔아서 향후 두 시장 사이에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 차이가 줄어드는 폭만큼 수익을 얻는 경우도 차익거래라고 합니다.

 

 

레버리지 거래를 하다

 

하지만 (이론상)무위험 거래인 차익거래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금융에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 high return)’이라는 대명제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익거래처럼 리스크가 거의 없는 거래는 수익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차익거래를 주로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레버리지(leverage)를 많이 일으켜 거래를 합니다. 레버리지란 남의 돈을 빌려 투자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규모가 10억인 헤지펀드가 5%의 수익이 발생하는 차익거래에 투자를 한다고 해보죠.

그럼 헤지펀드는 5천만원을 벌겠죠.

 

그런데 이 헤지펀드가 1%의 이자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90억을 빌려(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를 할 경우에는 어떨까요?

 

우선 차익거래에 100억(10억+90억)이 투자되며 여기서 5% 수익인 5억이 발생합니다. 그런 후 90억에 대한 1%의 이자인 9천만원을 부담하면 순수익은 4억1천만원이 되겠죠.

 

그럼 헤지펀드 규모인 10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41%의 수익을 얻은 셈입니다.

 

안전한 차익거래에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41%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게 되는 거죠.

 

남의 돈을 엄청 빌려(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투자를 하므로 위험할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투자하는 곳이 아주 안전한 차익거래이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한다’는 뜻에서 헤지라는 말을 붙이는 겁니다.

 

 

헤지펀드의 투자처는?

 

이렇듯 헤지펀드는 그 태생적인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변동성이나 가격불일치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영역에 투자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유가증권이든 부동산이든 외환이든 심지어 기업까지도 말이죠.

 

어떤 대상이든 일시적인 가격차이가 발생하거나 변동성이 심할 경우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팍’하고 쐐기를 박았다가 일정한 수익이 나면 빠져 나오는 거죠. (법을 어겨가며 이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장불균형으로 자연스레 일시적 변동이나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 이를 놓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 참! 자연스레 발생했는지 아니면 이를 사전에 조장했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헤지펀드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동물적 감각이 아주 중요합니다. 아무나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겠죠.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

 

얼마 전 우리도 금융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기치아래 검토해 오던 한국형 헤지펀드의 윤곽이 나왔습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회사들에 한해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겠답니다. 자기자본 3조원이면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과 같은 대형증권사도 어느 정도의 추가 증자를 해야 가능할 수준입니다. 당연히 중소형 증권사는 엄두도 못 낼 숫자죠.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런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헤지펀드의 특성상 상당한 전문성과 윤리의식 그리고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기에 도입초기에 그나마 대형증권사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한국형 헤지펀드가 잘 도입되어 우리 금융기법도 미국 등 금융선진국과 겨루며 한층 더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과거에 아주 가끔(?) 그랬듯이 이 제도 역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기를 정말 기원해 봅니다.

 

아 참! 그렇다고 이러한 헤지펀드가 우리들의 재테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만들어지더라도 최소가입금액이 5억은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엄두를 내기엔 쉽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허허..ㅠ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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