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환율전쟁, 불똥은 우리에게

입력 2010-09-26 12:11 수정 2010-09-26 12:18



고래들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나, 종로에서 뺨 맞은 사람에게 화풀이 당한 한강 사람이나 모두 상당히 억울할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렇듯 남의 일 때문에 불똥이 튀어 적잖은 피해를 보는 억울한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최근 미-일, 미-중 간의 환율전쟁 역시 그 불똥이 우리에게도 튀는 억울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적잖이 걱정스럽습니다.

 

상황은 이러합니다.

 

(1) 미, 달러 공급확대 (양적완화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9월 21일, 추가적으로 시중에 달러를 대거 풀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아직도 확실한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는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서 입니다. – 경기부양을 위해 그 동안 풀어제낀 돈으로는 부족했다는 겁니다.

 

(2) 달러가치 하락

그런데 말입니다. 시중에 달러가 대거 풀리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겠죠. 흔한 물건의 가치는 떨어지는 게 당연지사이니까요.

 

(3) 엔고(円高) 가속

일본이 바짝 긴장하고 나왔습니다. 환율 때문이죠. 환율이 뭡니까? 누차 설명 드렸지만 달러의 가격’입니다. 일본사람 입장에선 ‘1달러에 몇 백엔 하느냐?’ 인 거죠.

시중에 대거 풀린 달러 덕분에 달러의 가격(가치)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면, 1달러에 120엔 하던 것이 1달러에 100엔으로 말입니다. 달러-엔 환율이 하락하는 거죠.

이는 달리 말하면 엔화의 가치가 올라간다(엔고)는 의미이죠. 과거에는 120엔이나 주어야 1달러를 살 수 있었는데 (바꿀 수 있었는데) 이제는 100엔만 주면 1달러를 살 수 있으니 그만큼 엔화의 가치는 올라간 것이죠.

원래 환율이든 금리든 어느 한쪽 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건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됩니다. 엔화가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 역시, 일본에겐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닙니다. 수출이 악화되고 대외경쟁력도 떨어지니까요.

 

(4) 일, 한국국채 대거 매입

일본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엔고(달러-엔 환율하락)를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겠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 중에 하나가 시장에서 한국국채 등을 사는 것입니다.

엔고(달러-엔 환율하락) 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한국국채 매입이라니요?

엔고(엔화가치 상승)를 막기 위해서는 시장에다 엔화를 대거 풀어야겠죠. 그래야 올라간 엔화의 가치가 다시 떨어지고 안정이 될 거니까요.

그런데 한국국채를 사들인다고 합시다. 한국국채는 원화를 지급해야 살 수 있겠죠. 따라서 일본정부는 원화를 시장에서 구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원화를 구입하고 그 대가로 자기네 돈인 엔화를 대거 지급하게 되겠죠. 그 결과 시장에 엔화가 대거 풀리게 되고 이렇듯 엔화의 공급이 늘어나니 엔화의 가치도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최근 미-일 환율전쟁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달러 가치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일본은행이 한국 원화나 태국 바트화와 같은 통화를 대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게 바로 위에서 설명한 것을 의미하죠.

물론, 이러한 행동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역시 최근 미국으로부터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답니다. 따라서 중국 역시 자국통화의 상승을 막기 위해 한국의 국채를 대거 매입할 수도 있습니다.

 

(5) 한국, 원화가치 상승 & 금리하락

그럼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겠죠.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원화의 가치가 상승(환율하락) 합니다.

일본정부가 한국국채를 사기 위해 시장에서 원화를 사들이게 되고 그럼 원화 수요증가로 원화가치가 상승하는 거죠. ‘사자’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법.

원화가치가 상승(환율하락)하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또 하나는 금리하락입니다.

한국채권 매입이 늘어나면 채권가격은 올라가겠죠. 이 역시 ‘사자’가 많아지면 가격은 상승.

그럼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므로 금리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심상찮은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리니 마니 하는 판국에 이러한 외부적 요인으로 오히려 금리가 내려간다면 우리 물가는 더욱 걱정스런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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