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일본은 왜 망했을까?

   90년대 후반, 사람들은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렀습니다.

2010년이 된 지금 사람들은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릅니다.

 

   일본경제가 10년도 모자라 무려 20년이란 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라 생각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패전 후 경제재건에 성공한 일본은 자동차, 전자제품, 정밀부품 등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경제를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미국의 경우 당시 값싸고 튼튼한 일본차의 진출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되었답니다.

 

세계는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일본 제품을 선호하게 되고 일본의 수출은 날로 증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름지기 「환율↑ 수출↑」입니다.

저의 칼럼에서 여러 번 다루었듯이 「환율 = 달러의 값(가치)」입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자국통화(일본의 경우는 엔화)의 가치는 내린다는 뜻이겠죠.

 

따라서 이러한 관계가 성립합니다.

「환율↑ = 달러가치↑ = 엔화가치↓ 수출↑」

 

일본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그들의 동생뻘인 유럽 선진국들과 협작하여 일본을 불러 들입니다. 그리곤 엔화가치를 올리라는 주문을 하게 되죠.

 

위의 관계를 볼 때, 반대로

엔화가치↑ 수출↓가 될 터이니까요.

 

이게 1985년에 행해졌던 그 유명한 ‘플라자합의’입니다.

 

일본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협박에 물러서게 된 역사적 순간이었고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실질적인 서막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플라자합의 후, 엔화가치 상승(엔고)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진 일본은 경기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등 지나친 금융완화 정책을 취하게 되죠.

 

돈 값(금리)이 싸지니 시중에 돈이 흔하게 되고, 그럼 국내소비도 늘어나고,
기업들은 부담 없이 대출을 받아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상황은 정부의 생각대로만 되진 않았습니다. 시중에 돈이 풀리고 금리가 낮아지니 그 자금이 고스란히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죠.

 

소위 말하는 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의 서막이 되었던 거죠.

 

실제로 플라자 합의가 있었던 1985년부터 1989년까지 도쿄, 요코하마 등 일본 6대도시의 땅값이 3배 이상 폭등을 했고, 닛케이 주가도 그에 상응하는 급등을 했습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고가의 보석류의 수입 급증, 뉴욕과 런던 경매시장에서 재팬머니가 싹쓸이를 했으며, 미국의 대도시 주요 빌딩들이 일본 투자자의 손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거품은 무서운 붕괴를 낳는 법.

 

1990년대를 들어서면서 일본의 거품은 갑작스레 꺼져버리게 됩니다.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과 주식의 폭탄 돌리기가 한 순간에 멈춰버렸고 급기야 폭탄의 뇌관이 터져버린 거죠.

 

물론,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의 소장파 경제학자나 경제인들이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번번히 이를 묵살하고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당시 일본정부는 일본이 세계경제의 주도국인데 먼저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죠. 게다가 금리 조절과 물가안정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일본은행(일본의 중앙은행)은 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어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일본경제는 겉으로는 버블로 흥청망청했지만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몸의 곳곳이 아프다는 소리를 당시 주치의였던 일본정부가 애써 외면했던 것이죠.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상황이 플라자합의 이후의 일본경제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경제 역시 그 동안 풀린 돈과 저금리 기조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가계대출자의 이자부담,

아직은 확실하게 안정을 찾았다고 볼 수 없는 경기상황

아울러 금리인상은 환율인하를 가져오고 이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등으로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주장도 상당부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당시 일본은행이 독립성을 잃어버렸기에

금리정책의 균형과 견제를 잃었던 것을 교훈 삼아

 

우리의 한국은행은 부디,

독립성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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