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언제까지 CD금리 등락에 가슴졸여야 할까?

유통업이란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떼어와 적정한 마진을 붙여서 파는 것이죠.

 

은행도 일종의 유통업입니다. 다만 취급하는 물건이 일반 상품이 아니라 돈이란 점만 다른 것이죠. 여기서 은행의 취급상품인 돈을 떼어오는 가격이 바로 예금금리이고 이를 파는 가격이 바로 대출금리인 거죠.

 

그렇다면 대출금리가 어떻게 정해질지 대충 가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대출금리=예금금리+적정마진(가산금리)’이겠죠. 여기서 예금금리는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 우리는 이를 대출의 기준금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듯이 은행이 장사할 물건(돈)을 떼어오는 거래처도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예금만 하더라도 만기나 조건에 따라 그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게다가 예금 이외에도 은행이 물건(돈)을 떼어오는 곳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우선, 은행들끼리의 콜(call)이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의 양도성예금증서(CD)나 후순위채권 등도 은행이 물건(돈)을 떼어오는 곳이랍니다.

 

따라서 대출의 기준금리는 각 거래처에 지불하는 각각의 비용(예금금리, 콜금리, CD금리, 후순위채권금리 등 자금조달비용)의 가중평균을 구해서 이를 근거로 산정해야 합리적일 겁니다.

 

하지만 왠지 이유는 모르지만 은행은 대부분의 대출에서 CD금리를 기준금리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가계대출의 70%, 중소기업대출의 40%, 주택담보대출의 91%가 CD금리(91일물)에 연동되어 있다고 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운태 의원(민주당, 광주 남구)이 2009년 10월 15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내용)

 

특히나 대표적인 단기금리로 명성이 자자한 CD금리가 장기대출의 대명사인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라는 대목이 더욱더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솔직히 CD란 게 은행이 대출해 줄 돈이 부족해지면 금융시장에다 발행을 해서 대출할 재원을 조달하는 것 아닙니까?

 

그간 증권사 CMA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은행의 예금들이 증권사로 빠져나가 CD발행이 늘어났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CD금리가 많이 올랐습니다. 왜냐하면 CD 발행이 늘어나면 시장에 CD공급이 늘어나고 따라서 CD가격은 떨어지고 CD금리는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밀려서 빠져나간 돈들 때문에 오른 CD금리인데 그 부담을 대출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그래서 일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거래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채권들의 금리동향을 감안해 증권사에서 주먹구구식으로 CD금리는 올리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습니다. 이래가지고서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CD금리를 대체할 만한 대출의 기준금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일부 대출의 기준금리로 ‘코리보(KORIBOR, KOREA Inter-Bank Offered Rate)’라는 게 사용되고 있긴 합니다. 국내 14개 은행의 기간별 금리를 통합해 산출한 금리인데요. 2004년부터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그리 일반화되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코리보는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은행호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금리이기 때문에 이 역시 단기금융시장의 사정을 정확히 반영하기 힘들고 은행끼리의 담합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단기금융시장을 잘 반영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통안증권(91일물) 금리를 대출 기준금리로 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 한국은행이 통화량 조절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을 기준금리로 채택한다는 데 부담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양한 논의와 심사숙고를 거쳐 CD금리를 대체할 합리적인 기준금리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가계부채가 이미 8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 가처분소득에 대한 대출이자 지급비율이 9.8%를 넘어선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합리적인 기준금리가 나와야 가계의 부담이 조금은 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괴리감이 있다는 CD금리의 등락에 가슴 졸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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