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깨끗한 피가 충분히 공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 속의 피가 최적의 속도로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지도 중요하답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각종 질병이 생기게 마련이죠.

 

우리 경제도 마찬가집니다. 경제의 혈액량이 ‘통화량’이라면 혈액순환이 바로 ‘화폐의 유통속도’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유통속도는 어떻게 구할까요?

 

화폐의 유통속도’란 일정 기간 동안 화폐가 한 국가 내에서 최종생산량(산출량)을 거래하는 데 사용된 횟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A국에서 1년 동안 최종적으로 생산한 물건을 거래하는데 전부 100억이 들었다고 해보죠. 그런데 A국에서 1년 동안 시장에 풀린 통화량이 총 20억이었다면 어찌 되었던 20억을 가지고 100억원어치를 사고 팔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1년간 A국의 모든 구성원이 사용한 전체 화폐의 사용횟수는 5회(→100억원÷20억원)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이 횟수가 10회라면 5회에 비해 화폐가 2배 빠르게 돌았고 50회라면 10배 빠르게 돌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를 화폐의 유통속도라고 하고 그 계산식을 아래와 같이 표시한답니다.

 

* 화폐의 유통속도(V) = PY / M  (단, P=물가, Y=산출량, M=통화량)

 

여기서 통화량(M)은 통화(유동성)지표의 숫자를 넣으면 된다. 이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동성이 높은 순서부터 통화지표인 M1(협의통화)과 M2(광의통화), 그리고 유동성지표인 Lf(금융기관유동성)와 L(광의유동성)로 크게 나누어진답니다.

 

물가(P)란 전반적인 물건의 가격을 말하고, 이를 한 국가 내에서 생산한 모든 산출량(Y)과 곱하면 그것이 바로 GDP(국내총생산)가 된답니다.

 

그런데 말이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한 경제내의 지불습관 등 사회적 관행에 의해 이러한 화폐의 유통속도(V)는 잘 바뀌지 않는다고 보고 있답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는 3,000원짜리 커피한잔을 마실 때도 신용카드를 꺼내지만 동남아에서는 웬만하면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동남아에서 화폐의 회전속도가 더 빠를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재미있다기보다는 심각한 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그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현상으로 각국 정부들은 엄청난 돈을 풀어댔습니다. 다시 말해 통화량(M)이 크게 증가했다는 거죠. 그 이유는 경제의 절대적인 혈액량이 부족해 진 것을 간과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화폐의 유통속도(V) 계산식을 보면 통화량(M)은 분모의 위치에 있습니다. 분모가 커지면 전체 숫자는 줄어든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수학실력만 있어도 알 수 있죠.

 

다시 말해, 통화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면 유통속도(V)는 줄어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한 국가의 화폐의 유통속도(V)는 웬만해선 변하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천상 PY가 통화량의 증가분만큼 증가해줘야 하겠죠. 그런데 산출량(Y)의 경우 경제 위기에서는 급격히 증가할 리가 없습니다. 경기불황에 내수소비가 줄어들고 기업들도 문을 닫고 구조조정을 하는 판에 무슨 산출량(=생산량)이 증가하겠습니까! 그러니 자연스레 물가(P)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유통속도(V)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분수식의 등식을 맞추기 위해 통화량(M)을 증가시키면 그 증가율만큼 물가(P)가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위의 공식은 단순한 분수식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서도 그렇게 적용되니 말입니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실제로 물가가 올라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2008년 하반기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각국 정부의 엄청난 유동성(=통화)공급정책에 대해 초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상승) 우려를 표출했던 것이고 지금에도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생산에 쏟아 붓고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산출량(Y)을 더 많이 올리게 된다면 물가(P)가 올라가는 폭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른바 경기회복을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정말 필자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화폐의 유통속도 공식을 보면서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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