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관련 기사가 그리 쇼킹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수도권 전세값이 무섭게 올라가고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재개발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도 벌써 몇 달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1~8월까지 무려 28조원 가량 늘어나 총 34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대세상승이다.’ ‘아니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대세상승일 수도 있고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이런 전환기에는 언제나 이런 모호한 말들이 판을 칩니다. 그 이유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준비하거나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좀더 넓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우리 서민들에게는 지독한 현실의 문제입니다.

 

저는 결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서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도 이러한 주택가격의 상승 분위기가 하도 뒤숭숭하길래 ‘과연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위치가 어디쯤일까?’ 어디 한번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운전 중에 길을 잃어 도무지 어디쯤 있는 지 알 수 없을 때 네비게이션을 찍어 보면 아주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GPS가 즉각 우리의 위치를 알려 주기 때문이죠.

 

주택시장에도 이러한 네비게이션 같은 게 없을까요? 물론, 100% 네비게이션 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통계자료를 보면서 현재 우리 주택시장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 관련 통계자료 몇 개를 찾아보았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인터넷 발전의 대성과라 할 수 있죠. 과거와 달리 상당히 좋은 통계자료를 통계청 사이트(http://www.nso.go.kr)만 접속하면 손쉽게 살펴 볼 수 있으니까요. 친절하게 그래프도 그려놓았습니다.)

 

우선, 연도별 주택보급률’입니다. 주택보급률이란 보통가구수에 대한 주택수의 비중(→주택수/보통가구수×100)으로서 한 국가나 국가 내 특정 지역에 지어진 주택이 그곳에 살고 있는 가구들의 수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 또는 남는 지를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만약 주택보급률이 100보다 낮다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가구에 비해 지어진 주택이 모자란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높다면 주택이 남는다는 의미죠.

 

물론, 이 지표로는 주택의 배분상태(1가구가 몇 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가?)나 주거의 수준을 알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100이상이면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을 100 미만일 경우 주택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린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가 있죠.


 

그럼 위의 그래프를 한 번 보시죠. 2002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0을 넘어섰습니다. ‘이야! 이제야 주택수요에 비해 주택공급이 앞서게 되었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국적인 수치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보니 아직도 100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서울은 보급률이 93.8%이고 수도권은 98.3%입니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이든 채권이든 하다못해 좌판의 고등어도 팔자(공급)보다 사자(수요)가 많을 경우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습니다.

 

자! 다음 그래프를 또 보죠. 이번에는 ‘인구 천명당 주택수’입니다.


 

이 자료는 가구수가 아니라 우리나라 인구 천명을 기준으로 주택수가 몇 채가 되느냐에 대한 통계치 입니다. 여기서도 전국을 보니 (비록 2005년 기준의 자료지만) 279.7채 입니다. 눈 대중으로 막대그래프를 봤을 때 인천이 전국 평균보다 더 높군요. 그리고 나머지 지역은 대략 비슷합니다. 하지만 서울은 눈에 띌 만큼 낮은 상태입니다. 236.4채(2005년 기준)로 심지어 2000년 전국평균(248.7채)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역시 서울이 주택이 제일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건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오를지를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오래 살아 온 우리들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하필이면 서울과 수도권만 전국 평균과 동떨어져 있을까요?

 

그 이유는 주택이 움직이는 자산(동산)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데 있습니다. 주식의 경우라면 삼성전자 본사가 수원에 있더라도 우리는 전국 어디서나 삼성전자의 주식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지역의 제약이 없죠. 하지만 주택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주로 그 지역 주택을 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통계청 사이트를 들어가 봤습니다. 이번에 저의 눈에 띈 그래프는 바로 이것입니다. 지역별 인구 현황’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누가 보아도 기형적인 인구분포현황을 가졌구나!’ 하고 말이죠. 막대그래프는 서울과 경기만 삐쭉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아무리 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지만 그래서 서울과 경기도에 크고 굵직한 기업과 일자리가 몰려 있다지만 이거 심할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2008년과 비교해 보면 서울, 경기 모두 인구수는 더 늘었습니다.

 

2008년→2009년: 서울(1천3만2천명→1천3만6천명) / 경기(1천124만8천명→1천144만7천명)

 

2009년 기준 전국인구가 4천874만7천명인데 서울·경기 지역 인구합계가 무려 2천148만3천명으로 그 비중이 44%가 넘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입니다. 국토 면적으로만 볼 때는 10분의 1에 불과한 이 지역에 44%가 넘는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고 이것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지역별 주택보급률이나 지역별 인구 천명당 주택수에서 전국 평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되니 이번 주택가격 상승이 약간 두렵습니다. 다른 경제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올려 주택가격을 잡는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LTV나 DTI를 강화하는 것도 임시방편이지 궁극적 해결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수도권에 주택 공급량을 확 늘리든지 아니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을 실효성 있게 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주택은 짓는 데 몇 년간의 시간이 걸리고 수도권 집중완화는… 어휴~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이와 같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실행하기 힘든 해결책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이번 칼럼에서 주택의 수급측면에서 기형적인 우리나라 모습을 통계로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산도 그렇지만 특히 부동산은 수급 외에도 정부의 정책, 그 외의 외부 변수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저의 이 글이 절대적이며 유일한 정답이라고 덜컥 믿지는 마십시오.^^; 세상에 그런 건 없습니다. 이 역시 어디까지나 일리 있는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주택과 관계되는 다른 통계자료나 지표(지수)를 가지고 주택시장을 다르게 전망할 수 있다는 의견 있으신 분 댓글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면 ‘PIR’ 같은 ‘네비게이션’도 있지 않습니까? ^^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