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단상] 돈 못 버는 남편

정말 오랜만에 고향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요즘 마누라 등살에 죽을 맛이야! 밖에서 돈 벌어 온다고 고생하는 남편을 무슨 하인 다루듯이 하니까 말이야! 예전 우리 어머니 세대는 아버지들에게 안 그러셨는데 말이야.”

 

결혼 9년 차 되는 한 녀석이 최근 아내와 냉전 중이라며 이렇게 말을 뱉었죠.

 

“야! 월급쟁이가 밖에서 돈 벌어 온다고 말하면 안 되지.”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친구 한 녀석이 그의 말을 이렇게 받아 쳤습니다. 물론, 이 두 녀석은 모두 월급쟁이들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월급쟁이도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오잖아?”

 

내가 의아해 하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 넌 기업을 상대로 투자 일을 하니 잘 알겠네. 만약 매출 50억 하는 기업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매출원가하고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이자비용 등등을 합해서 55억을 쓴다면 그 기업은 돈을 버는 기업이니, 못 버는 기업이니?”

 

“당근, 돈 못 버는 적자기업이지.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일거니까.”

 

“그렇지, 미국의 GM 같은 기업이 그런 꼴이지. 하지만 나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월급 벌어서 생활비 쓰고 애들 사교육비에다 대출이자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요즘 평범한 월급쟁이의 재무상황이거든. 나도 거기에 포함되고 말이지. 그럼 나 같은 월급쟁이가 돈을 버는 사람이냐? 나는 아니라고 봐.”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그래서 요즘 마누라들이 남편들을 우습게 아는 거야. 마치 돈 못 버는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외면 받듯이 돈 못 버는 남편들이 마누라들에게 외면 받는 거지.”

 

그 친구는 약간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

 

그 친구의 말에 우리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돈 못 버는 기업은 맘껏 비난해 왔지만, 막상 그 친구의 ‘돈 못 버는 남편의 논리’는 왠지 서글펐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솔직히 우리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는 기업은 칭송을 하지만 돈을 못 벌어오는 기업에게는 맹비난을 퍼붓습니다.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매출을 올리거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으로 비용을 줄여야 할 것 아니냐며 야단을 칩니다.

 

그런 점에서는 가계도 기업과 마찬가지입니다. 지출 때문에 매달 급여가 빠듯하다면 피나는 자기개발과 업무에 매진하여 인센티브와 승진으로 수입을 늘여야 합니다. 아울러 가계의 비용 역시 뼈를 깎는 고통으로 줄여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어떻습니까?

 

자녀들 학원비가 터무니 없이 높다고, 주말에 외식 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합니다. 상사를 잘 못 만나서,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조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만년 과장이라고 넋두리만 할 뿐입니다.

 

역시 우리는 언제나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겐 관대한가 봅니다.

 

이제 40대에 들어서니 다들 경제적으로 불안한가 봅니다. 한달 한달 가족을 부양하는 것도 버겁지만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희망을 가져봅시다. 기업만 턴-어라운드(turn around)하는 게 아니라 가계도 턴-어라운드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노력을 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만들어 봅시다. 그렇게 흑자를 만들어서 당신과 당신의 자녀들의 경제적인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봅시다. 제발 남의 탓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말입니다. 가계의 가장은 당신이고 다른 어느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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