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칼럼니스트 팬레터를 통해 ‘잠바떼기’님이 금산분리 완화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물론, 간략한 답변은 드렸지만 칼럼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가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되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에 의해 확정이 되었습니다. 2009년 7월 31일자로 개정이 되었고, 2009년 12월 1일자로 시행이 됩니다.

 

가장 중심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산업자본이 은행지주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비중이 4% → 9%로 확대됨

 

둘째, 비은행지주회사(증권사, 보험사 등)가 비금융회사(일반 기업체)를 자회사로 지배할 수 있음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금산분리 완화는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데 따랐던 제한이 완화된 것입니다. 또한 삼성증권이나 삼성생명이 일반 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끔 된 것입니다.

 

대기업이 증권사나 보험사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완화여부를 물어보시는 분이 있는데 이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것은 기존에도 가능했으니까요. 지금도 삼성이나 한화 같은 대기업이 삼성증권, 삼성생명, 한화증권, 대한생명 등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여하튼 이번 개정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제한 완화 (2009년 10월 10일 시행)

기존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지주회사(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할 때 4% 이상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산업자본이 6%의 은행지주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4%의 초과분인 2%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박탈당하고요. 빠른 시일 내 해당 2%를 되팔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으로 이 보유한도가 4%에서 9%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산업자본’이란 일반적으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을 의미하는데요. 법에서는 이를 ‘비금융주력자’라는 명칭으로 그 정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에 의하면 “(1)동일인중 비금융회사인 자의 자본총액의 합계액이 당해 동일인중 회사인 자의 자본총액의 합계액의 100분의 25 이상인 경우의 당해 동일인 (2)동일인중 비금융회사인 자의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2조원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이상인 경우의 당해 동일인”이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소 어렵죠.^^;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비금융회사(일반 기업체)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또는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비금융주력자’라고 하며 이게 우리가 금산분리 어쩌구 할 때 지칭하는 ‘산업자본’을 의미하는 거죠.

 

2007년 초, 시민단체들이 외환은행 주주총회 당시 대주주였던 론스타의 의결행위는 위법사항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던 것도 바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인가, 아닌가에 대한 것이었죠. 론스타가 금융자본이 아니고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면 외환은행의 지분을 4%이상 보유할 수도 없고 설령 보유하더라도 의결권이 4%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위법이라는 것이었죠.

 

2)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배 허용

‘비은행지주회사’란 은행이 아닌 증권사, 보험사 등을 말하는 데요. 이들이 비금융회사, 다시 말해 일반 기업체를 직접 자회사로 지배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손자회사로 지배하는 것이 허용되는 거죠. 이럴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나 삼성중공업 같은 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할 수가 있는 거죠. 기존에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변경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이 가능해진 것이죠.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요.

 

3)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판단기준이 완화되었고, 4) 공적 연기금의 은행지주회사 주식보유규제도 완화되었으며, 5) 금융 자회사 사이의 임직원 겸직 허용범위도 확대되었답니다. 물론, 이렇게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6) 은행지주회사 주요 출자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조항도 개정안에 포함되었고요.

 

이상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입니다.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금산분리가 완화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산업자본은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해 나가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사와 싸워 나가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자본은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잘 편승하고 규모를 확대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두려워하고 잘 관리하는 그야말로 가늘고 길게 살겠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반대의 속성을 가진 두 자본의 분리가 완화되어 산업자본의 오너나 경영자들이 금융자본 그것도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릴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대출규모만을 키우고, 고수익 그러나 고위험의 파생상품에 투자해서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과거 한창 규모 키우기에 열을 올리다 무너져 버린 LG카드의 선례를 봐도 잘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무조건 장벽을 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데, 참 씁쓸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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