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콜금리 위에 정책금리가 있다

CD금리 인상,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

 

어느덧 금리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피부로 느껴지는 경제변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서민들도 과거와 달리 매월 첫 번째 목요일,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정책금리에 대해 적잖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문기사를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 금리발표는 ‘콜금리’를 인상·인하했다는 것이었는데, 올해부터 웬일인지 콜금리가 아닌 ‘정책금리’ 또는 ‘기준금리’를 인상·인하했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2008년 3월부터 정책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콜금리는 금융기관간의 초단기대출과 차입을 하는 거래인 콜거래의 금리로서 1999년부터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금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금융기관끼리의 거래이다 보니 일반 국공채금리에 비해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적어 조절하기도 쉽고 ‘콜금리 → 단기시장금리 → 장기시장금리’로의 파급효과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파급경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발표하고 이를 금융시장에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시장에 통화가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서 통화량을 줄이려 할 겁니다. 이때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을 발표합니다. 예를 들면 기존 콜금리 4.0%에서 4.2%로 인상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발표는 발표일 뿐 이게 시장에 적용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시장에다 매각을 합니다. 그럼 그만큼의 자금이 한국은행으로 들어와서 시장엔 통화량이 줄어들게 되죠. 통화량이 줄어들면 콜금리가 올라갈 것이고(→시장에 돈이 귀해지면 금리가 치솟겠죠^^) 이렇게 해서 기존 콜금리 4.0%에서 발표한 목표치인 4.2%수준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죠.

 

반대로 콜금리가 목표치 보다 훨씬 더 올라가면 한국은행은 RP를 시장에서 매수하고 그 만큼 돈을 지급해 시장에 통화를 푸는 것입니다. 그럼 콜금리는 자연스레 내려가게 되어 목표치인 4.2%를 맞추는 것이죠.

 

콜거래는 대부분이 만기가 하루짜리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은 그 동안 발표한 목표치 콜금리를 맞추기 위해 매일매일 이런 조치를 취해왔던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 누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목표치 콜금리만큼 한국은행이 알아서 맞춰 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콜시장에서 수급에 의해 오르고 내려야 하는 변동금리인 콜금리가 거의 ‘고정금리화’ 되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쯤 되면 이재(理財)에 밝은 금융기관들이 가만있을 리 없겠죠. 실제로 그 동안 외국계은행이나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점을 이용해 콜금리를 빌려다가 채권 등에 대거 투자를 했습니다. – 통상 단기금리(콜금리)보다 장기금리(채권)가 높으니까 금리차이를 먹을 수 있죠.

 

물론, 콜거래로 돈을 빌려 채권에 투자하는 게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차피 콜금리가 고정이 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수급에 따른 금리예측도 없이 무작정 돈을 빌려 채권에 투자를 한 것이죠. 이는 패를 보고 고스톱을 치는 거나 다름이 없죠.

 

이런 거래가 빈번하니 채권시장에는 오히려 불필요한 투자가 늘어 채권가격은 올라가고 따라서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에 오류가 생기게 된 것이죠. 

 

한국은행 입장에선 이런 얌체거래를 빤히 보면서도 매일매일 콜금리를 목표치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2008년 3월부터 정책금리를 1일짜리 콜금리에서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콜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콜금리는 적절히 변동하게 되었죠. 살아있는 금리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변동금리인데도 불구하고 고정금리화 된 콜금리를 이용해 얌체 같은 운용을 했던 일도 더 이상 못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시행초기라 한국은행과 금융기관 사이의 불협화음도 없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이제 기사에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 아니라 ‘정책금리(또는 기준금리) 인하’ 라는 기사를 보게 되는 겁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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