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2009년말경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의 뉴스를 보니 2009년 <주택대출 뇌관이 터지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내용인 즉슨,

 

내년에 33조500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단계적)원금상환이 시작되며, 또한 4조5천억원의 부동산관련 ABCP 만기가 몰려 있다는 것이죠.

 

가뜩이나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듯한 자금경색의 상황에서 이 엄청난 규모의 자금상환이 제대로 이행(또는 연장)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경제가 동맥경화로 사망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현재 가계입장에선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큰 부실요인으로 꼽히고 있고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부동산 관련하여 ABCP가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죠.

 

ABCP(Asset-Back Commercial Paper)란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이르는 말인데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기업어음(CP)를 결합한 파생증권입니다.

 

이 역시 ‘증권화(securitization)’를 통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인데요.
아파트나 빌딩을 지을 때는 적지 않은 돈이 들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를 위해 시행사가 시공사(건설사)와 건설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은행에 찾아가서 돈을 빌렸답니다.

 

하지만 은행입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부동산 건설에만 해줄 수는 없겠죠. 잘 아시다시피 은행에서 한 곳에 필요이상으로 대출이 많아지면 BIS비율이다 뭐다 은행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에 부담이 되어 감독기관의 제재가 가해지니까요. 따라서 은행들의 부동산 건설관련 대출에 한계가 왔답니다.

 

그럼 이쯤에서 은행 돈을 대출받아 건물을 짓는 행위가 멈춰졌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불어 닥친 가열찬 부동산열기와 여기서 돈을 벌고자 하는 탐욕스런 시행사, 건설사, 금융기관, 부동산투자자(기업,개인) –그러니까 대부분의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겠죠.

 

그래서 이들은 ‘증권화’를 생각한 거죠. (앞서 저의 칼럼에서 설명한 그 ‘증권화’ 말이죠.)

 

증권사가 나서서 시행사의 건물을 짓게 될 땅과 시공사(건설사)가 반드시 완공을 하겠다는 보증서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증권(ABS)을 발행하게 한 것이죠. 이 증권을 쪼개서 각종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에 팔았죠. 그렇게 들어온 돈으로 건설비를 충당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건물이 완공되고 분양을 하게 되면 그 수익으로 증권을 매입한 기관에 원금과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죠.

 

실로 획기적이었죠. 더 이상 은행에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여기다 한술 더 뜬 것이 그 기간을 ABS증권보다 더 줄였다는 것입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나 거대한 빌딩을 짓는 데는 2~3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게 됩니다. 이 기간을 만기로 해서 발행되는 ABS증권은 당연히 만기가 길수밖에 없죠. 만기가 길면 유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유동성이 떨어지면 잘 안 팔립니다.

 

ABCP는 ABS의 만기를 줄이기 위해 기업어음(CP)이라는 제도를 차용한 것이죠.

 

CP란 일반어음과 달리 돈을 빌릴 목적으로 기업에서 발행하는 어음이죠. 기간은 길어봤자 90일~1년.

 

다시 말해 ABCP는 건물 지을 땅과 건설사 보증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한 만기가 단기인 증권을 말합니다. 그래서 건설이 끝나고 분양이 될 때까지 긴 기간을 계속 재발행하면서 연장해 나가는 것이죠.

 

이런 ABCP로 인해 우리 부동산시장에는 건설자금이 넘쳐나게 되었고 엄청난 규모의 건설이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부동산시장에서도 ‘금융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전반적인 자금경색으로 미분양사태가 속출하면서 ABCP의 연장이나 상환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입니다.

 

그게 바로 올해 연말까지 5조5000억원, 2009년에는 4조5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오는 ABCP라는 파생증권의 재앙인 것이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관련 MBS와 CDO 같은 파생증권처럼 말입니다.

 

누굴 탓하진 마십시오. 몇 년 전 탐욕에 눈이 먼 우리모두가 함께 만든 괴물이니까요. 누군 그 판에 직접 참여했고 누군 참여하지 못해서 발만 동동 굴렀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러니 이제는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건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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