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작금의 금융위기는 멜라민 사태와 같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미국의 전체 모기지론 시장에서 5%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이 이토록 큰 재앙을 일으킨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증권화(securitization)’ 때문이라고 말이죠.


“증권화”란

①너무 많은 사람(회사)들이 가진 소액의 자산들이므로 이를 제각각 계약해서 팔기가 어려운 경우
②너무 규모가 큰 자산이라서 누군가가 선뜻 나서서 한꺼번에 사기가 어려운 경우
③신용도가 많이 떨어지는 자산이라 그 자체만으로는 팔기가 어려운 경우

유명한 투자은행에서 이러한 자산들을 대신 매수하여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증권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이를 팔기 쉬운 크기로 다시 쪼개어 높은 수익에 굶주린 투자자들에게 팔아먹는 행위를 말합니다.

 

프레디맥과 같은 모기지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주택저당권(모기지)을 모아서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만들었고요. 이것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리만브로더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 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이들은 여기다 다른 여러 자산들을 섞어서 다시금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었죠. 그리곤 이 파생증권을 전세계 각지에 팔았던 것입니다.

 

이 증권화 행위는 그 동안 돈이 필요한 자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돈을 대어 줄 수 있는 첨단의 금융기법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자산유동화’라는 멋진 미사어구까지 붙여가며 말이죠.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모기지가 다른 자산들과 섞이고 이것이 다시 몇 다리를 건너며 팔려나가면서 사람들은 이들 파생증권의 알맹이(기초자산)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의 모기지란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유명한 투자은행의 포장만 믿고 말이죠.

 

이제 정말 우스꽝스러운 것은 (아니 걱정스러운 것은) 알맹이가 부실이 생겨도 그 부실이 어떤 파생증권에 얼마만큼 녹아 들어가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원래 부실이 생기게 되면 돈을 투자했거나 빌려준 채권자가 채무자를 만나서 향후 상환에 대해 협상을 하고 상환스케줄을 짜서 이행을 하든지 소송을 걸든지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부실을 줄일 수도 있고 불안심리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화의 경우 워낙 많은 성격의 모기지가 한데 모아졌고 또한 이를 다른 자산과 섞어서 증권을 만들고 이를 다시 쪼개서 세계각지에 팔았으니 디폴트(default)가 난 모기지의 채권자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죠. 모두가 채권자일수도 있고 어느 누구도 채권자가 아닐 수도 있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따라서 상황을 풀어나갈 협상을 이루어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안은 더욱더 커지고 근원적인 사태해결이 어렵게 된 거죠.

 

이러한 증권화는 최근 일어났던 중국 멜라민 사태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가 세계각지로 팔렸고 그것을 원료로 밀가루와 설탕, 초콜릿 등을 넣어 만든 과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과회사의 브랜드를 달고 다시 팔려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유명 제과회사의 브랜드를 믿고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고 별 의심 없이 그 과자를 사먹었던 것입니다.

 

급기야 멜라민 사태가 터졌습니다. 문제는 멜라민이 들어 있는 분유만을 찾아내 회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팔려나간 과자 속에서 다 녹아 들어 있으니까요. 누가 멜라민을 얼마만큼 사갔으며 얼마나 먹었는지 파악하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자 전량을 회수하여 폐기처분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 경제적 손실은 엄청난 것입니다. 그 속에 들어간 양질의 밀가루와 설탕과 초콜릿과 각종 재료들을 다 함께 폐기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증권화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세계각지로 팔려나간 부실 모기지가 비록 미국 전체 모기지론의 5% 밖에 되지 않는다 하여도 그것이 함유된 파생증권을 누가 얼마만큼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파생증권을 다 회수해 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는 불안과 불신을 낳았고 급기야 재앙과도 같은 금융위기로 번져나간 단초가 된 것이죠.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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