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이 2500억 달러를 투입하여 주요은행을 부분 국유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금융위기에서 하루아침에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동안 ‘레이거노믹스’가 주도한 자유시장, 용이한 신용대출, 고위험 거래, 거액의 연봉 등으로 상징되던 주식회사 미국이 긴축금융, 엄격한 규제, 투기억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 증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갈 것은 자명한 일 같습니다. (Newsweek, 2008.10.15일자)

 

그야말로 장하준 교수의 저서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언급한 내용과 똑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인 부자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자유시장과 정부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부추기면서

정작 자신의 나라에 문제가 생기니까

무려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에다 은행까지 국유화시키면서

보호주의로 치달으니 말입니다.

 

정말이지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환란이 일어났을 때

IMF를 대동한 미국의 태도와 정반대의 일들을 지금

미국정부는 자국 내에서 서슴지 않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남을 공격할 때는 자유시장과 규제철폐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격한 관리감독과 보호주의가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금융에 관해서는 더욱더 말이죠.

 

사실 금융위기는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과거 스웨덴의 금융위기 극복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요. 은행에 대한 규제와 신속하고 확실한 정부의 지원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1990년 자국 내 신용과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고 뒤이은 경기침체로 인해 스웨덴도 금융위기로 고생을 했습니다. 당시 스웨덴의 7대 대형은행 중 2~3군데가 무너졌습니다. 이에 스웨덴은 은행지원청을 신설하여 은행들의 자금을 지원해 주고 부실 정도가 심한 은행의 경우 아예 정부로 이관시켰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예금자들도 더 이상 은행에 넣은 돈을 못 찾을 위험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웨덴의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누가 뭐래도 세계적인 위기상황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 줄기차게 자유무역과 규제철폐를 주장하던 미국도 은행 부분 국유화의 카드를 꺼내 들 수 밖엔 도리가 없었겠죠. (아마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미국도 엄청나게 쪽 팔렸을 겁니다.)

 

 

◆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

레이건 집권 당시(1981~1989) 미국 정부가 실시했던 경제정책을 말한다. 당시 미국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었다. 이를 타개하고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레이건 정부는 정부재정의 삭감, 소득세 감세,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완화, 안정적인 금융정책 등을 실시한다. 이는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이하기 까지 근 30년간 미국 경제를 이끌어 온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물론, 레이거노믹스는 당시 침체에 빠졌던 미국경제를 부흥의 시대로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신임에 틀림없다. 다만, 세월이 지나면 과거의 효과적인 정책이나 이론이나 믿음도 변질되고 빛 바래기 마련이다.

 

레이거노믹스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과거의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경제정책이 이제는 변질되어 탐욕과 방임으로 이어졌고 미국을 좌절과 절망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어떤 정책이든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당시 시대상황에선 안성맞춤이었던 방책도 하나의 종교적 신념으로 굳어져 버리면 언젠가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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